[필동정담] 비혼식(非婚式)(2018.10.31.)
비혼식을 치르는 이들의 생각은 이렇다. 연애는 하고, 동거도 할 수 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적 족쇄에 채워지는 것은 거부한다. 결혼 이후엔 임신, 육아로 이어지는 가정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지기 싫다. 배우자 가족과 새로 쌓아야 하는 관계도 부담스럽다. 이런 속박 대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원하는 활동에 전념하면서 자유로운 인생을 즐긴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미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미혼과 비혼은 엄연히 다르다. 미혼은 결혼을 원하지만 아직 안 한 것이라면, 비혼은 결혼을 아예 할 계획도 의사도 없는 경우다. 비혼을 택하는 이들이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일 뿐 틀린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삼포세대, 오포세대 등에 담긴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 포기해야만 하는 몇 가지에 결혼이 있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비혼식에는 결혼식과 분명히 다른 한 가지가 있다. 결혼식은 혼주라는 이름으로 부모가 전면에 나서고 하객을 맞지만 비혼식은 본인의 행사로 치른다는 점이다. 결혼의 주체는 자식인데 봉투 들고 눈도장 찍으러 가는 하객은 부모와 관련된 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비혼식은 이런 기성세대의 결혼 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은유적 저항일지도 모른다. 결혼식이 본인 중심 행사로 바뀌면 역설적으로 비혼식 자체가 줄어들지 않으려나.
'필동정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동정담] 삼베 수의(壽衣)(2018.11.27) (0) | 2018.11.28 |
---|---|
[필동정담] 낭만(浪漫)에 대하여(2018.11.13.) (0) | 2018.11.13 |
[필동정담] 호모 오노마스티쿠스(2018.10.17) (0) | 2018.10.17 |
[필동정담] 국제표기명칭대사 폐지 유감(2018.10.2.) (0) | 2018.10.02 |
[필동정담] 바람의 종류(2018.9.18.) (0) | 2018.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