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낭만(浪漫)에 대하여(2018.11.13.)
남여간 사랑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을 대할때 자연스럽게 쓰이는 낭만이라는 단어가 생긴 사연은 너무나 우연스럽다.영어단어 로맨스(romance)의 출발인 로망(roman)은 중세 프랑스어에서 따왔다.연애담이나 무용담을 담은 통속소설을 지칭했다.18세기로 접어들면서 그 때까지 풍미하던 고전주의와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로 급속하게 확산됐다.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그림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만 떠올려봐도 쉽게 와닿는다.1830년 프랑스 7월혁명때 가슴을 거의 드러내는 듯한 옷으로 맨 앞에 나서 붉은 깃발을 들며 시민군을 이끄는 여성의 모습 말이다.
이렇게 멋진 낭만이라는 단어는 1900년대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소설을 쓴 불세출의 작가 나스메 소세키에 의해 만들어졌다.영어 로망을 일본어로 발음한 로만을 이렇게 멋진 한자로 조합해 번역한 것이다.굳이 뜻을 부여해보자면 물결처럼 함부로 흩어짐 정도로 보면 될까.
우리에게 익숙해져있는 여러 단어는 일본 메이지 유신 후 서양 인문학을 들여와 일본에 전파했던 후쿠자와 유키치에 의해 대부분 만들어졌다.지금의 게이오대학으로 이어진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를 설립한 당시 일본의 선각자다.영어 단어 society를 사회로,art를 예술로, reason을 이성으로, philosophy를 철학으로, science는 과학, technology는 기술로 각각 짝지어준 천재성을 보인 주인공이다.후쿠자와의 번역엔 두 가지 재미있는 반전이 있다.처음엔 democracy를 하극상(下剋上)으로,freedom을 천하지면(天下之免)으로 표현하려했다는 것이다.다수결로 뜻을 모으는 일이나,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는 당시 천황제아래 하급 무사 출신이었던 그에게 감히 생각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나 보다.그러나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기막히게 멋진 표현을 찾아냈다.
나스메나 후쿠자와 두 사람 모두 일본돈 1천엔과 1만엔 지폐에 얼굴이 실렸으니 일본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가을의 끝자락에 나름대로 낭만을 만끽할 방도를 각각 찾아보시라.비와 바람에 떨어져내린 노란 은행나무잎 더미를 고즈넉하게 걸어봐도 좋겠다.가까이에서나 멀리서나 눈을 시리게 만드는 진자주빛 단풍나무에 취해 보는건 더 낭만적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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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자와의 번역엔 두 가지 재미있는 반전이 있다. 처음엔 `democracy`를 하극상(下剋上)으로, `freedom`을 천하지면(天下之免)으로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수결로 뜻을 모으는 일이나,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는 당시 천황제 아래 하급 무사 출신이었던 그에게 감히 생각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나 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기막히게 멋진 표현을 찾아냈다.
가을의 끝자락에 나름대로 낭만을 만끽할 방도를 각각 찾아보시라. 비와 바람에 떨어져내린 노란 은행나뭇잎 더미를 고즈넉하게 걸어봐도 좋겠다. 가까이에서나 멀리서나 눈을 시리게 만드는 진자줏빛 단풍나무에 취해보는 건 더 낭만적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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