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옥시측 보상과 별개로 英본사 개입여부 규명돼야(2016.5.3.)

joon mania 2018. 12. 10. 14:00

[사설] 옥시측 보상과 별개로 英본사 개입여부 규명돼야(2016.5.3.)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피해자에게 포괄적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미진함을 남겨 찜찜하다. 옥시는 2013년 샤시 쉐커라파카 당시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의 뜻과 50억원 규모의 피해자 지원기금 조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올 들어 검찰수사 본격화 후인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원기금 50억원 추가 조성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변죽만 울리듯 찔끔찔끔 입장을 내놓다가 어제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한국법인 대표가 나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가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으나 문제의 살균제를 판매한 지 15년, 피해자 사망 발생 5년 만에 등 떠밀리듯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니 분통 터질 일이다.
옥시는 2001년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해 10여 년간 약 453만개를 판매했다. 정부의 1, 2차 피해 현황 조사대상 530명 가운데 옥시 제품을 쓴 사용자가 80%를 차지했으며 이 중 1, 2등급 판정 피해자는 178명에 달할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높았다. 옥시 측은 2001년 독성화학 물질인 PHMG 함유 제품을 판매한 이후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항의성 민원을 무시하며 판매를 계속하다 보건당국에서 조치를 내린 2011년 중반에야 멈췄다.
사프달 대표가 어제 자신의 사과가 한국법인뿐 아니라 영국 본사도 대표한 것이라고 한 만큼 검찰의 수사는 제품 판매와 관련된 의사 결정 관여자 모두를 대상으로 성역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10여 년의 제품판매 과정에서 영국 본사에 부작용 관련 사항을 보고했는지, 그에 따른 지시를 받았는지 밝혀내야 한다. 제품 부작용을 인지하고도 회수나 판매 중단을 하지 않은 결정에 영국 본사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어제 영국 본사 최고경영자 라케시 카푸어 등 이사진 8명을 살인·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11년 이후에는 각종 증거인멸과 은폐 행위에 영국 본사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옥시 본사가 세계 시장을 상대하는 다국적기업이니 더욱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함을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