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헌재 '김영란법 합헌' 언론자유에 심대한 침해다(2016.7.29)

joon mania 2018. 12. 10. 15:13

[사설] 헌재 '김영란법 합헌' 언론자유에 심대한 침해다(2016.7.29)

취재활동과 국민의 알권리 제약 불가피해
경제 위축 부를 시행령 탄력적 조정하고
국회는 개정법안 속히 처리해 바로잡아야

헌법재판소가 어제 '김영란법'에 대해 내린 합헌 결정은 심히 유감스럽다. 헌재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각각 제기된 4건을 모두 기각했다. 위헌 소지와 법리상 문제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반영해 대한변협이 헌재에서 잘못을 바로잡으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인데 오히려 헌법상 가치를 부정하는 결정을 내렸으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헌재는 헌법정신에 입각한 법리적 판단보다 시중 여론을 의식한 정무적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존재 가치를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헌재는 언론인과 사립교원의 공공적 성격을 지적하며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데 대해 7대2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는 공직자 규제법에 민간인을 포함시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라는 헌법 37조 2항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의료계, 시민단체 등 공공성이 강한 다른 직업군은 제외한 데서 헌법 제11조 제1항 평등권에도 위배된다.
언론인에게 공직자와 같은 잣대를 댐으로써 취재원과 일상적으로 만나 수행해야 할 취재활동에 제약을 준 것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한국기자협회가 성명에서 밝혔듯이 기자들이 취재원과의 만남 후 직무관련성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취재 현장 대신 사정당국에 불려 다녀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기자의 취재원과 만남과 취재활동 자체가 감시와 수사 대상이 되는 위험한 사태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본다.헌재의 이번 결정이 의도와 상관없이 헌법 제21조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9명의 재판관 중 4명이 위헌 의견을 낸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의 경우 연좌제 금지와 양심의 자유 침해라는 점에서 시행 후에도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령에서 정한 식사(3만원), 선물(5만원), 경조사비(10만원) 상한선 규정이 음식점이나 화훼업계 그리고 농수축산 생산자들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해 경제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규제개혁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연간 음식점에서 4조2000억원, 선물에서 2조3000억원 등 최대 6조5000억원의 수요 위축을 부를 수 있다며 식사와 선물 기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나 해양수산부 등 유관 부처들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법 시행에 들어가더라도 권익위가 속히 상황에 맞게 시행령을 탄력적으로 개정하는 게 맞다.
김영란법은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쪽뿐 아니라 주는 쪽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데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서의 모호한 경계 때문에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남발될 수 있다는 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현실을 외면한 채 원칙에만 연연하는 과잉입법의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문제점을 보완하는 내용으로 발의돼 있는 개정법안을 국회가 속히 처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