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버스·트럭 공포의 질주 막을 두 가지 제도적 장치(2017.7.12.)

joon mania 2018. 12. 17. 15:23

[사설] 버스·트럭 공포의 질주 막을 두 가지 제도적 장치(2017.7.12.)


      

경부고속도로에서 지난 9일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사고를 낸 버스기사는 전날 16시간 이상 운전한 뒤 퇴근해 8시간도 못 쉰 채 다시 출근해 운행에 나섰다가 사고를 냈다고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운수업은 예외 적용을 허용해 노사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초과근무를 할 수 있어 이 같은 과로 운전이 벌어졌던 것이다. 운수사업법에 규정된 마지막 운행을 끝낸 후 다음 첫 운행 때까지 반드시 8시간 휴식을 보장토록 한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다. 다른 대중버스회사도 비슷한 근무 조건이라니 심각하다. 지난 3월 버스와 트럭 등 대형 차량 운전자는 4시간 연속 운전하면 최소 30분 의무 휴식 규정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만들었지만 한 번 운행이 3시간 이내인 시내버스나 광역버스 기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니 무용지물인 셈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는 대형 화물차와 버스에 차로이탈경보장치와 자동비상제동장치를 의무적으로 달게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작 중요한 자동비상제동장치 장착은 제외됐다. 자동비상제동장치는 앞차와의 거리를 카메라나 레이더로 측정해 추돌 사고 위험 시 경고음 등으로 운전자에게 알리거나 자동으로 제동장치를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장치로 이번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 차량 소유주나 버스업체의 비용 부담 때문에 미뤘던 것이다. 올 1월부터는 신규 모델 버스에는 의무화했지만 기존 버스는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대형 차량의 안전을 위한 첨단 장치가 이미 있지만 장착하지 않았거나 법에 정해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과로 운전근무가 사고를 부른 것이니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어제 대형 차량 사고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버스운전자 과로근무 방지 법안과 함께 경보장치 의무 장착을 위한 비용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이런 대책이 마련됐지만 흐지부지됐다. 대형 차량이 도로 위 흉기로 돌변하지 않도록 이미 강구된 두 가지 제도적 장치만이라도 이번에는 확실하게 시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