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부갈등 따른 판사들의 사표 파동, 사법부 정치화를 우려한다(2018.1.18.)
다음달 이뤄질 정기인사를 앞두고 예년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은 고위 법관들이 사의를 표해 법원이 이상기류에 휩싸이고 있다고 한다. 다음달 13일자엔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26일자엔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인사가 나오는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첫 인사인 데다 조직개편까지 더해지니 주목해야 할 판에 엉뚱한 방향의 폭풍이 부는 것이다. 사의를 표명한 고위직 중에는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김정만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해진다. 김 대법원장이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에 비해 사시 기수로 13기를 건너뛰는 파격 발탁이었으니 김 대법원장의 선배 기수 현직 법관 중 일부가 물러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의외의 결정도 있어 놀랍다. 고위 법관들의 파동에 가까운 줄사의 행렬은 새 대법원장 취임에 따른 변화라는 요인이 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전개된 일련의 몰아치기에 대한 반발 측면도 커 보인다. 1년여 이어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지난 정권 때 법원행정처에 판사들을 뒷조사한 파일이 있다는 얘기와 이에 대한 추가 조사 및 법원행정처 컴퓨터 개봉 등에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은 점이 컸다. 이 과정에서 관련 판사들이 상실감에 상처를 입었고 현직에 대한 회의를 갖기에 이르렀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김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이번 인사부터 사법연수원 25기 이하 법관에 대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점도 작용했다. 법관들이 현직을 떠나는 이유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겠으나 행여 정치적 입장 차이나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임 정권 때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적폐세력으로 몰아버리고 그동안 실력 있는 엘리트로 평가했던 잣대를 싹 바꿔버리는 식은 다른 후폭풍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내부 판사 전용 인터넷 게시판에서 익명으로 숨어 행정처 출신 판사들에게 악담과 욕설을 퍼붓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니 심각하다. 법관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한 판결로만 본연의 직분을 다해야 한다. 법관 개개인이 안팎의 사안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갖고 나서면 안된다. 그것이 사법부의 정치화를 막는 출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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