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전·현직 대통령이 '보복' '분노' 거론하며 충돌하는 불행한 사태(2018.1.19.)

joon mania 2018. 12. 20. 16:08

[사설] 전·현직 대통령이 '보복' '분노' 거론하며 충돌하는 불행한 사태(2018.1.19.)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내놓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날 검찰 수사에 대한 성명 비판은 내용과 표현 강도에서 놀랍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것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 전 대통령의 성명 직후엔 공식 반응 없이 넘어가더니 하루 뒤 작심한 듯 내놓은 언급이라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한 것에 대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분노라는 단어를 썼다는 설명을 보면 감정적인 대응으로 비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듯이 받아들여진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의 성명은 3분 정도의 짧은 내용이었다.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는 정치 공작이며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면서 재임 중 모든 일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본인에게 직접 물으라고 했다. 하루 뒤 나온 문 대통령 입장은 더 짧았다. 500자가량의 딱 두 문장이지만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초고강도 비판이었다.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맞물려 있는 정치 사안에 대해 직접 의견을 표명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하필 그 내용이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니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간 정면충돌이라는 점에서 국민으로서는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불행한 사태를 겪어야 할 상황이다.
민간인의 국정농단을 방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국민의 촛불시위와 탄핵으로 이어졌다. 새로 뽑힌 대통령이 진행하는 과거에 대한 정리와 단죄는 박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 가둬둔 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전전 대통령 코앞까지 수사의 칼끝이 다가섰으니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 후 검찰에 불려다니는 헌정사의 불행이 고스란히 재연될 지경이다. 명백하게 죄를 지었다면 전직 대통령이라도 책임을 물어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하지만 그러려면 검찰 수사가 먼지 털기식으로 진행돼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다면 이유야 어쨌든 그건 국민과 국가에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런 불행을 되풀이하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이 참으로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