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부 들쑤셔놓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를 보면서(2018.1.23)
지난 1년여간 법원 안팎을 흔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태산명동서일필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지난해 4월 법원의 자체 진상조사위나 이번 추가조사위나 같은 의견으로 마무리됐으니 사법부를 들쑤셨던 요란함을 생각하면 그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로 끝났기 때문이다. 추가조사위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확인하거나 발견된 내용이 있다는 명시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낸 것이다. 추가 조사가 사실상 블랙리스트 규명을 위한 작업이었음을 감안하면 특정 판사의 성향을 정리한 문서를 만들고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소위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봐도 될 듯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관 회의체인 판사회의를 견제하려 하거나 법원 내 특정 학술단체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정보를 수집한 문건 등을 발견했다는데 어떤 이유든 법원행정처의 부적절한 업무였다고 본다. 더욱이 사법 불신에 대응한다며 법원 운영과 법관 업무 외 영역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정보 수집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위의 지적은 아픈 반성을 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 인사 우대나 법원행정처의 월권에 가까운 사법행정권 행사에 대해 내부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니 차제에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게 맞는다.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조정하고 운영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속히 마련해 실행하기 바란다. 문제는 블랙리스트 논란을 빚으며 법원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이 불거질 대로 불거졌고 입장을 달리하는 진영 간 등을 돌리며 심한 균열까지 갔다는 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로 취임했지만 화합은커녕 분열로 치달았으니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예년보다 이례적으로 많은 고위 법관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이런 상황의 반영으로도 해석된다. 추가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또 미진하다며 시비를 걸거나 트집을 잡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악순환이다. 이제는 법원행정처가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데 전념하면 된다. 그것이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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