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세번째 마주앉은 文-金, 비핵화 이젠 실천이다(2018.9.19.)

joon mania 2018. 12. 26. 15:36
[사설] 세번째 마주앉은 文-金, 비핵화 이젠 실천이다(2018.9.19.)
北이 보인 최고 예우는 긍정 신호
교착상태 미북간 협상 재개 급해
김정은 위원장 직접 핵폐기 언급을

세 번째 만난 두 정상은 서로에게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8일 오전 10시 9분 평양국제공항에 내리자 부인 리설주와 함께 활주로까지 나와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반갑게 손을 마주 잡았다. 공항을 떠나 시내에 들어선 뒤 두 정상은 한 대의 무개차에 함께 옮겨 타 이동하며 연도에 늘어선 평양 시민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지난 4월과 5월 판문점에서 두 번 만난 남북 정상은 이번엔 평양에서 마주 앉아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북한은 문 대통령을 향해 공항에서 인민군 의장대의 사열과 21발의 예포 발사 등 최고 예우로 영접했다. 문 대통령과 수행원의 숙소도 북한을 찾는 국가정상급 외빈에게 제공되는 대동강변 백화원초대소였다. 첫날 환영 만찬 역시 1만6500㎡ 규모의 국빈용 연회장 목란관에서 열렸다. 평양을 직접 찾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최고의 대접과 예우에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한 간 군사적 대치 해소 등을 통해 변화를 도모하려는 북한의 절실함이 반영됐기를 희망한다.
어제 오후 노동당 청사에서 열린 첫날 정상회담에서는 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 비핵화 관련 미·북 간 협상 촉진, 경제협력과 인도적 교류 등 남북 관계 발전에 이르는 현안을 모두 펼쳐놓고 논의했다. 군사 분야에서 양측은 지난 13~14일 실무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와 유해 공동 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에 사실상 합의했다. 정상 간에는 DMZ 안팎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적대행위 중지 및 평화수역 조성에 합의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남북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4·27 선언 합의 중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처럼 이미 실행된 사항 외에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현대화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에 대한 추가 합의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더해질 수 있다. 다만 남북 경제협력에서는 4대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 대표 등 17명의 경제인들이 함께 방북했지만 당장의 가시적 조치보다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는 기회로만 활용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한 기업들이 북한 투자 리스크를 우려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하면서 남북한 경제공동체 구상을 밝혔으나 각종 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 확보 등 현실적인 장벽을 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북 경제공동체는 한반도 평화를 기반으로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철도를 통해 소통하면서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나가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동해선 연결과 경의선 현대화 등 남북 철도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공사에 긴 시간을 요하고 비용도 추산 조건에 따라 너무 차이가 많다.
미·북 간 비핵화 논의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간 협상을 촉진하는 이른바 수석협상가를 자임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일은 미래 핵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한 핵물질, 핵시설, 핵 프로그램 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평양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현재 핵포기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구체적인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변을 갖고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직접 전함으로써 트럼프가 주문한 수석협상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최대 관심사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끌어낼 것이냐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와 일정을 공개하거나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 일부 반출 혹은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한다면 확실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런 성의를 보이면 미국도 취소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재개하고 미·북 간에 최종안을 만들어 미·북정상회담에서 모양 좋은 합의를 발표하는 그림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수용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행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큰 틀에서의 동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비핵화 칼자루를 쥐고 있는 북한의 실천이다. 2005년 9·19 공동선언 이후 수차례 이뤄진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국제사회가 신뢰를 보내지 않은 건 매번 추가로 조건을 붙이거나 말을 바꾸면서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27 선언 후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와 같은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의 실천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