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파격적인 남북 군사합의, 불가역적 한반도 평화 시발점 되길(2018.9.20.)

joon mania 2018. 12. 26. 15:38

[사설] 파격적인 남북 군사합의, 불가역적 한반도 평화 시발점 되길(2018.9.20.)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서명한 군사 분야 합의는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고 포괄적이다. 남북은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강조해 9월 평양공동선언 전문을 발표하면서 첫 발언으로 "북녘 동포 여러분, 남녘 국민, 해외 동포 여러분,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고 벅찬 감정을 실어 말했다.
합의 내용을 보면 매우 구체적이다. 당장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해상에서는 서해 덕적도~초도, 동해 속초~통천 일대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포사격 및 기동훈련을 하지 않기로했다.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 지역 상공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 항공기의 공대지 유도무기사격 등 실탄 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비무장지대(DMZ) 내 양측 감시초소(GP) 11개씩을 시범 철수한 뒤 점차 확대하고 DMZ 내 한국전쟁 전사자 공동 유해 발굴에도 합의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남북 경계병력이 일절 무장하지 않고 자유롭게 왕래하는 방안에도 의견을 모았는데 이는 관할권을 가진 유엔군사령부 승인이 필요한 만큼 추가 협의를 거쳐 속히 시행하길 바란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관련해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 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명기돼 있다. 실제로 강한 실행 의지와 상호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발생할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 증강, 항행 방해 등을 점검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으니 효율적으로 운영해가기 바란다. 군사공동위는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담겨 있는 기구라 일각에서는 같은 시행착오가 되풀이될 것을 우려한다. 이번에는 되돌릴 수 없는 장치를 마련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이루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