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브릭트 사용설명서(2019.2.15.)

joon mania 2019. 2. 15. 15:40

[필동정담] 브릭트 사용설명서(201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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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BRICS) 국가 마지막 정상회담이 열린 건 2016년 인도 휴양지 고아에서였다. 세계 인구의 절반과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다섯 나라에 세계는 한때 주목했다. 그러나 2016년 회담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미국 달러화 중심 체제와 선진국 위주 무역 정책을 소리 높여 비판하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졌다.
이후 브릭스는 국제무대에서 슬그머니 뒤로 밀렸다. 20%에 달하는 실업률과 1%도 안 되는 성장률에 허덕이는 남아공을 빼고 터키를 넣어 브릭트(BRICT)로 바꿔 부르지만 이전 같은 주목을 끌지는 못한다. 그래도 글로벌 경제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터키는 원자재 생산과 수출, 교역, 외환 거래 등에 중요한 플레이어들이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 자본의 이들에 대한 투자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행되고 있다. 금융 증권 분야에서 인수·합병(M&A), 채권딜링, 자산운용 등 다양한 경험을 거친 이종환 농심캐피탈 대표가 새해 시작에 맞춰 펴낸 `글로벌 경제강국의 야망과 고민`이라는 책은 이들 다섯 나라를 간결하면서 명쾌하게 정리했다.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투자와 재테크 지침서로 책을 썼다고 한다. 5개국 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덤으로 붙여 각각에 투자해도 될지,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추천하고 있지만 핵심 메시지는 브릭트 다섯 나라로 모아진다. 경상수지, 무역수지, 재정적자 여부, 환율 시스템 등 공통 잣대를 통해 보면 각국의 강점과 약점이 확연하게 보인다. 

저자는 개별 국가의 역사, 정치, 문화 등을 건너뛰고 경제만 알려는 것은 피상적 분석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한다. `역사, 정치, 문화를 통해 본`이라는 부제를 왜 붙였는지 딱 한 나라만 읽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스탄불 시장을 거쳐 10년의 총리 재임 기간 중 경제를 살려낸 인기 덕분에 대통령으로 다시 선출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의 철학과 역정을 먼저 알지 못하면 오늘의 터키 경제를 절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해외 투자에서 겪는 정보 부족과 실패를 피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일독하시길 권한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 다섯 나라의 민낯을 이해하는 데도 딱 적격이다. 뛰어난 브릭트 사용설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