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호미 예찬(2019.2.22.)

joon mania 2019. 2. 22. 07:15

[필동정담] 호미 예찬(2019.2.22.)                   


농사를 지어봤거나 집 뒤뜰 텃밭이라도 가꿔본 이는 호미의 유용성을 잘 안다. 땅을 파서 돌을 골라내는 데 최고다. 씨앗을 심기 위해 선을 긋거나, 김매기 혹은 북돋우기에도 적격이다. 잡초를 긁어낸 뒤 흙을 파 뒤집거나 적당히 자란 식물을 옮겨 심는 용도에도 호미만큼 적합한 기구를 찾기 어렵다.
발이 4개까지 달린 논호미와 흔하게 많이 쓰이는 1개짜리 밭호미로 나뉜다. 괭이나 쟁기, 낫 어느 것과 비교해봐도 확실한 다용도 연장이다. 경기도 양평 철기시대 유적지에서 호미가 출토된 것을 보면 한반도에서도 고대로부터 농경의 중요한 동반자였다. 호미 하나로 하루 300평 논을 맬 수 있었다. 일년 내내 쓰이니 해마다 날을 손질해야 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이를 벼려서 새로 쓴다고 표현했다. 무뎌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궈 두드려 날카롭게 만드는 작업이다.

18세기 생활백과사전이었던 서유구 선생의 임원경제지에서는 호미를 동서(東鋤)라고 표현했다. 동쪽 나라의 호미라는 뜻으로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 쓰는 연장이었다. 위키피디아에는 호미를 우리 발음 그대로 표기하면서 한국식 손쟁기(korean hand plow)라고 옮겨놓았다.

우리에게는 남들보다 먼저 창안하거나 독창적인 자랑스러운 유산이 적지 않다. 고려시대 1377년 찍어낸 승려들의 교과서 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 서적이다. 독일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섰다. 조선 세종 때인 1442년 강우량을 측정하는 측우기는 과학사에서 세계 최초였다. 서양에서 이탈리아의 B 카스텔리를 강우량 관측의 최초라고 꼽는데 우리가 200년 빠르다. 5월 19일 발명의 날은 측우기를 기념하기 위해 정해진 날이다. 따져보면 요즘에도 우리가 앞섰던 발명은 많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원조는 싸이월드였다. 아이팟에 밀려 잊혔지만 MP3도 아이리버가 먼저였다. PC방도 한국에서 시작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 중에 호미를 사서 갖고 나가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몰 아마존에서는 호미 주문과 판매가 급증한다. 한국의 연장 호미가 전 세계에 퍼질 날이 머지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