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아열대성 기후(2019.7.12.)

joon mania 2019. 7. 12. 07:20

[필동정담] 아열대성 기후(201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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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나온 건 온대성 기후였다. 위도상 한반도는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중위도 지역으로 전형적인 온대성 기후라는 것이다. 고위도나 저위도에 비해 지나치게 춥지도 덥지도 않다. 사람들이 살기 좋아하는 세계 유명 도시처럼 우리나라 전 지역이 온대성 기후에 해당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한반도가 더 이상 온대성 기후에 속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아열대성(subtropic) 기후로 변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연안에서 발견된 파란선문어는 아열대성 어류로, 그동안 제주도 주변에서만 보였으나 서식지가 북상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사는 동식물을 보면 생태계 변화를 확실하게 읽을 수 있다. 남해안 홍도엔 열대-아열대 식물이 넓게 분포하고 홍도 앞바다 어류 가운데 아열대성 어종 비중이 55%로 절반을 넘는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었다는 확증은 지난해 여름 사상 초유의 폭염 때 확인했다. 서울 기온이 39.8도를 기록했던 날엔 아열대가 아니라 열대성 기후로 변한 거라는 투정도 부렸다. 올해에는 5월에 벌써 여름으로 진입했다는 징후가 보였다. 기상학적으로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으면 여름으로 분류한다는데 5월 13일 기록했다. 빠른 여름이 찾아오고 초열대야가 며칠씩 이어지는 모습에서 대한민국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었다고 단정해도 될 듯하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건 2100년께라고 예상됐는데 80여 년 앞당겨진 걸까.

장맛비가 지나면 폭염이 다시 오겠지만 최근 이어진 날씨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상큼하고 쾌적한 여름이어서 좋았다. 가을처럼 맑고 푸른 하늘, 솜사탕같이 펼쳐진 뭉게구름, 싹 자취를 감춘 미세먼지, 따갑고 강해도 그렇게 싫지 않은 햇살, 그늘에 들어가면 금세 느껴지는 시원함에 낮은 습도까지. 혹자는 아열대성 기후가 아니라 지중해성 기후로 변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호주 남부의 여름 날씨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상에 기존의 지중해성 기후 지역이 오히려 줄고 있다고 걱정한다. 기후 변화가 한반도를 아열대성 기후가 아니라 지중해성 기후로 바꿔놓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