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아열대성 기후(2019.7.12.)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었다는 확증은 지난해 여름 사상 초유의 폭염 때 확인했다. 서울 기온이 39.8도를 기록했던 날엔 아열대가 아니라 열대성 기후로 변한 거라는 투정도 부렸다. 올해에는 5월에 벌써 여름으로 진입했다는 징후가 보였다. 기상학적으로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으면 여름으로 분류한다는데 5월 13일 기록했다. 빠른 여름이 찾아오고 초열대야가 며칠씩 이어지는 모습에서 대한민국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었다고 단정해도 될 듯하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건 2100년께라고 예상됐는데 80여 년 앞당겨진 걸까.
장맛비가 지나면 폭염이 다시 오겠지만 최근 이어진 날씨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상큼하고 쾌적한 여름이어서 좋았다. 가을처럼 맑고 푸른 하늘, 솜사탕같이 펼쳐진 뭉게구름, 싹 자취를 감춘 미세먼지, 따갑고 강해도 그렇게 싫지 않은 햇살, 그늘에 들어가면 금세 느껴지는 시원함에 낮은 습도까지. 혹자는 아열대성 기후가 아니라 지중해성 기후로 변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호주 남부의 여름 날씨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상에 기존의 지중해성 기후 지역이 오히려 줄고 있다고 걱정한다. 기후 변화가 한반도를 아열대성 기후가 아니라 지중해성 기후로 바꿔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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