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라테 파파와 해방 처녀 (2020.2.11.)

joon mania 2020. 2. 11. 08:48

[필동정담] 라테 파파와 해방 처녀 (2020.2.11.)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남성이 2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에 눈길이 확 쏠렸다.고용노동부가 지난달 하순 발표한 수치였다.2018년 1만7665명이었는데 2019년 2만2297명으로 늘었다.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은 21%로 5명 중 1명 꼴이다.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게 2001년이었고 처음엔 더딘 증가세였는데 달라지고 있다.2018년엔 46%, 2019년엔 26% 각각 전년보다 늘었다.고용노동부 통계는 고용보험의 육아휴직 급여수급자로만 뽑은것인 만큼 고용보험 미가입인 공무원과 교사를 더하면 더 많아진다.


육아를 맡는 아빠들을 `라테 파파'라고 부른다.한손에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유모차를 미는 아빠 모습에 붙인 이름이다.육아휴직제를 1974년부터 도입한 스웨덴에서 유래했다.정확히는 부모 공동 육아휴직제였다.출산땐 엄마가 휴가를 얻지만 육아땐 부모 중 많은 급여를 받는 이가 일하고 다른 쪽이 아이를 위해 전념하도록 선택할수 있게한다.이런 배려가 남여 공동의 육아 문화를 만들어냈다.


고용노동부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려고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라는 제도도 쓰고 있다.아이에게 부모가 육아휴직을 쓸때 두번째 사용자에게도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월 250만원 이내다.두번째 사용자가 남성이 많아 도입했다.이번 달부터는 한 자녀에게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신청해 쓸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은 미혼모를 끌어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일지도 모른다.결혼도 하지 않은 직장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위해 당당하게 휴직을 신청하면 이를 받아주는 것이다.미혼모에게 우리말로는 `해방 처녀'라는 묘한 뉘앙스의 단어가 별칭으로 붙어있다.요즘 익숙해진 용어인 싱글맘은 남편 없이 자녀를 키우는 여성으로 미혼모를 아우르는 개념이다.저출산으로 공동체가 소멸되지 않으려면 라테 파파 든 해방 처녀 든 모두 적극 떠안아야하지 않을까.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