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확증편향과 선거(2020.4.15.)
정치판처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하게 내보이는 곳이 없을게다.자신의 선입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한다.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택한다.보고 싶은 것만 본다.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객관성이 존재할 리가 없다.
어찌보면 정치판과 선거에서 확증편향과 이중잣대는 되레 자연스럽다.우리당과 우리편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심리 때문이다.데이터정치평론가 최광웅씨가 펴낸 역작 '이기는 선거'에 따르면 정치학자인 미국 캔사스대 패트릭 밀러 교수가 실증적으로 이를 보여줬다.그는 과거 20년간 치러진 미국내 선거를 심리학 연구와 접목해 분석했다.연구 결과를 2015년 4월 계간지 '폴리티컬 리서치'에 게재했다.공화와 민주 양당 소속의 유권자 가운데 54%는 지지하는 정당의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행동했다.스포츠 경기에서 광적인 팬들이 보이는 모습과 같았다.상대를 쫓아낸 뒤 자기편을 그 자리에 올리기 위해 온 몸을 던졌다.밀러의 분석을 보면 승리를 위해서는 불법과 탈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데 38%가 동의했다.투표 방해나 투표용지 도둑질 같은 부정행위, 상대에 대한 위협과 폭력은 물론 거짓말을 모두 해도 된다고 했다.
밀러 교수의 연구에서 조사 대상자 가운데 정책이나 이념을 기준으로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경우는 35%에 그쳤다.이런 식이니 정당 내에서 사람을 중용하고 공천에 우선순위를 두는 제1의 기준은 맹목적인 충성심이다.미국 사례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결국 정치판은 극단적인 양극화로 치닫는다.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무조건 지지를 보내는 팬덤정치가 왜 자리를 잡는지도 이해된다.
오늘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진다.정치판의 확증편향을 한번 더 확인하는데 그칠까, 아니면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확증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도 성향 유권자가 투표장에 많이 나가야한다.그래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윤경호 MBN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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