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선한 리바이어던 찾기(2020.10.24.)
코로나 같은 팬데믹엔
강한 국가권력 원하지만
시민의 자유를 옥죄는
악한 리바이어던 안되게
견제할 방법은 무엇일까
개천절과 한글날의 광화문 일대 잔상이 아직도 진하다.전경 버스로 둘러쳐져 유령도시처럼 비었던 그 모습 말이다.야권에서는 재인산성이라고 비아냥거렸다.이명박 정부때의 명박산성에 빗댔다.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보는 광경으로 알았는데 재현됐으니 끌끌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집회에 가려는 보수단체 관련자외에도 휴일 나들이객 통행까지 막아버렸다.광화문 부근에 사무실이나 집이 있는 이들은 뻔히 보이는 길을 두고 돌아돌아 가야했다.어느 여론조사에서 차벽 설치 불가피 56%,과잉대응 40%로 나왔지만 씁쓸했다.처음엔 휴일 도심 무분별한 집회를 막아야 한다는데 동의했다.코로나 재확산을 걱정해서였다.그런데 개천절 차벽을 보고는 손사레를 쳤다.누가 뭐라고 해도 공권력 과잉 행사로 보였다.
영국 사회철학자 토마스 홉스에 의하면 국가 권력과 시민의 자유는 물고 물리면서 비대칭이다.시민은 자유롭기 위해 자기들의 자유를 국가 권력에 위임했지만 역설적 상황에 부닥친다.국가는 사회와 시민을 통제하기 위해 힘을 점점 키운다.결국 리바이어던으로 변한다.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 괴물이다.홉스가 리바이어던이라는 제목의 책을 쓴 건 1651년이었다.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으로 갔던 청교도혁명 직후 혼돈의 시대였다.초기에 쓴 시민론에서 자기 보존과 타인에 우월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인간의 본능을 홉스는 인정했다.전쟁이라는 극한 상태까지 치닫는다고 봤다.시민의 평화와 안전을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위해 고민했다.만인을 제어할 물리적 힘을 갖고 서로의 투쟁 상태를 종식한 뒤 평화를 강제할 최강자로서의 존재를 찾았다.결국 절대지배자(absolute sovereign)는 국가권력 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모두가 서로를 두려워하느니 차라리 리버이어던 하나만 두려워하는게 낫다는 논리였다.하지만 국가권력이 약하고 유명무실해지면 서로를 향한 공격과 폭력이 되레 난무한다.개인에게 주어진 지나친 자유가 오히려 사회 전체의 자유를 사라지게 만드는 역설에 빠진다.유명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다.이를 제압하고 벗어나게 하는 주체가 바로 강력한 국가권력이다.
문제는 리바이어던의 두 얼굴이다.선한 얼굴은 싸움을 막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할 때다.악한 얼굴은 부여된 권한을 과도하게 휘둘러 시민을 통제하고 권력을 잡은 자들이 착각 속에 빠질 때다.선한 리바이어던 찾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홉스를 이어받아 국가권력 문제를 다룬 미국 정치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최근 펴낸 역작 ‘좁은 회랑’에서 국가권력을 시민사회가 얼마나 잘 견제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국가와 사회의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경제적 번영과 시민의 자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아무리 선한 리바이어던이라도 언제든 독재로 갈 수 있으니 족쇄를 채워야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국가와 시민사회가 서로 경쟁하고 견제해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인 회랑을 가져야한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국가권력이라는 리바이어던의 필요성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게 만들었다.방역을 위해,공동체 안녕을 위해 개인의 자유에 약간의 제약을 가해도 좋다고 동의했다.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잠시 접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국가권력은 한발 더 나가 차벽을 내세웠다.코로나 바이러스 다음에 어떤 팬데믹이 또 우리를 건드릴지 모른다.빈부격차와 양극화가 폭발할 수도 있다.기후변화로 자연의 역습이 덮칠수도 있다.그 때마다 시민사회는 국가권력에 의존할 것이다.국가권력이 악한 리바이어던으로 변해버리면 어떻게 해야하나.선한 리버이어던의 얼굴을 유지토록 할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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