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컬럼

[세상사는 이야기]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2020.11.21.)

joon mania 2020. 11. 19. 08:08

[세상사는 이야기]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2020.11.21.)

 

원효대사 해골물 깨달음과
세상일 마음먹기 달렸다는
속담을 곱씹어보면
가슴보다 머리에 가까운데
답을 찾기 쉽지않다

`세상 모든 일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속담을 아시는지.살면서 누구나 어려움에 처할 지경에 이렇게 한두번 쯤 다짐 해봤을게다.마음씨가 곱다는 말도 쓴다.남을 배려하고 착한 심성을 보여주는 이의 마음 씀씀이를 칭찬할 때다.


마음이라는건 대체 어디에 있을까.가슴인가 머리인가.마음먹기라는 단어에서 보면 머리와 연결되는 듯하다.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에서는 가슴 어디쯤인 것으로도 보인다.인체 구조를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나면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했는데 아니었다.심장 활동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뇌의 작용인지 아직도 못풀고 있다.

 

마음에 관해 고민하다 득도한 유명한 이는 원효대사다.당나라로 유학가다 어두운 동굴에서 갈증을 풀어준게 해골물인걸 뒤늦게 알고 오히려 깨달음에 도달했다.마음만 먹으면 불상을 모신 감실과 시신을 묻은 무덤이 다를게 없음을 알았다.마음에 모든 것이 있는데 다른데서 무엇을 구하겠느냐고 무릎을 쳤다.마침내 유학을 포기하고 대중에게 마음에 대한 설법에 주력했다.

 

인도나 중국에서는 마음의 자리를 심장으로 봤다.살아있는 인간의 심장은 계속 박동하나 죽고나면 정지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마음 심(心)이라는 한자도 심장 모양을 딴 상형문자다.그리스·로마시대에는 당시 수준높은 의학의 발달에 맞춰 마음을 뇌와 연결했다.의학자 히포클라테스가 "인간은 뇌에 의해서 생각하고,보고 들은 것을 판단하며 아름다움과 추함은 물론 선과 악도 구별한다"고 정리한 영향이었다.서양에서 19세기 말까지 심리학은 별다른 논란없이 의식의 학문으로 대접받았다.마음 전체를 의식 현상으로 간주했으니 단순했다.정신분석학계의 거두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후엔 달라졌다.의식되지 않는 마음 속의 어떤 것에 의해 나타나는 행동을 프로이트가 찾아냈기 때문이다.이후엔 자아와 초자아를 구분해야했다.히스테리 같은 신경증과 연결된 병의 존재는 마음의 개념을 다층화해버렸다.

 

마음과 정신은 같은것일까.정신은 육체의 반대 개념으로 한 영역을 차지한다.물질의 대척적 의미로도 통한다.철학책 여러 표현을 보면 마음과 정신은 동렬의 대접을 받은 듯하다.서양철학에서는 몸과 마음 또는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놓고 두 견해가 이어져왔다.한 쪽에서는 마음을 몸이나 물질과 서로 통하는 관계로 본다.다른 쪽에서는 마음은 몸이나 물질과 대립하는 것으로서 신체를 초월하는 이성적인 정신 활동으로 본다.아리스토텔레스는 정신을 이성적,초월적 존재로 규정했다.이런 관점이 영과 육을 구분하는 기독교 사상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동양철학에서는 마음이 지각과 사유의 중심으로 스스로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봤다.한걸음 나가 우주와 마음을 일치시키는 유심론(唯心論)으로 발전했다.우주의 본체를 정신적인 것으로 봤으니 물질 현상도 정신에서 발현된다는 논리였다.서양철학도 유심론을 인정했다.플라톤의 누스(nous)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애니마(anima)는 초자연적 질서를 직관하는 인간의 정신을 지칭하는 단어들이다.

 

종교 영역에서는 영혼이 더욱 중요하게 인정받는 듯하다.마음이나 정신과는 별개로 취급한다.영혼은 인간의 몫이 아니라 신의 창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예수,알라,붓다의 탄생 이전부터 다른 여러 종교에서 영혼에 대한 믿음은 강했다.원시 애니미즘 시대에 오히려 더 많이 등장하고 작용했는지도 모른다.자연에 널려있는 모든 사물이나 현상 각각에 영혼을 부여했다.꿈이나 그림자에도 영혼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이럴 정도이니 죽은 사람의 영혼이 현세에 나타난다고 믿는 것은 전혀 무리해보이지도 않는다.불교에서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는 윤회설에 영혼의 존재를 연결한다.하물며 종교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는데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결론내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