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컬럼(금융부,사회부)

[기자24시] 草綠은 동색 2000.11.2.

joon mania 2015. 7. 18. 16:41

[기자24시] 草綠은 동색

2000.11.2.

<윤경호> `초록(草綠)은 동색' 3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한창 진행중 인 부실 기업 퇴출 판정 작업을 둘러싸고 은행과 기업간의 관계를 보 면 이런 말이 적격이구나 싶다.

부실 기업을 정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시장에 퍼져 있는 불확실성 에 대한 불안감을 도려내기 위한 것이다.

금융기관에서 아무리 돈을 대줘봐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하는 기업이나 영업이익도 아예 내지 못하는 기업이 공존하는 한 전체가 썩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 다.

정부가 시한을 정해 놓고 무리하게 구조조정 작업을 끝내겠다고 하는 이유도 이런 차원에서다.

채권단이 이해당사자들의 반대와 엄살을 떨 치고 동아건설에 대해 신규 자금 지원을 거부했을 때 시장에서 긍정적 인 평가가 나온 것을 보면 구조조정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정부나 금감원도 시장의 반응을 의식해 `원칙대로 처리' 입장을 고수 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 이미 거론돼온 퇴출 후보 가운데 대마(大馬) 도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3일 최종 발표에 앞서 퇴출 판정의 일선에 있는 은행들의 모 습에서는 또 한번 뻔한 결과만 내고 말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은행으로서는 현재 굴러가는 기업에 대해 법정관리나 청산 결정을 내 릴 경우 당장 엄청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고충에 부닥친다.

특히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아무리 정부가 손실 보전을 약속한다고 해도 피는 자기들이 흘려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용감할수 없다.

은행들로서는 냉정한 판단 기준 보다 여신 규모나 담보 확보 여부에 따라 판정 의견을 달리 내놓고 있을 정도다.

이미 회생 가능성이 희박 해 보이는 유화업체를 놓고 주채권은행은 유동성 문제가 있다는 의견 을 냈는데 다른 은행이 오히려 정상이라는 엇갈리는 견해로 맞서는 경 우도 있다.

한 기업을 놓고 4개 은행이 서로 각각 다른 판정 의견을 내는 사례도 있다는 전언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은 거래 기업에 대 해 누구보다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만 다른 이면에서는 또 인간적인 관계도 끈끈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미 암에 걸려 쇠약해지고 있는 것을 알지만 과감하게 처방을 내리 지 못하고 일단 넘기고 보자는 분위기가 은행에 퍼져 있다면 큰 일이 다.

비록 대마라 하더라도 안되겠다는 판단이 섰다면 퇴출 조치를 취하는 게 결국 은행도 살리고 경제도 건전하게 만드는 지름길임을 되새겼으 면 한다.

<금융부 yoon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