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경제난과 나누는 기쁨
2000.12.27. |
한 해를 넘기는 무렵이 되면 괜시리 바빠지게 마련이다. 올해에도 한 해를 시작한다고 호들갑 떨며 마음가짐을 추스렸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또 끝이라는 생각에 아쉬움만 가득찬다. 더욱이 새천년을 시작한다며 긴장과 기대에 부풀었던 연초 마음가짐 을 돌이켜 보면 착잡하기도 하다. 하여튼 세모를 며칠밖에 남겨놓지 않은 요즘 잊고 지냈던 지인들과 한 번이라도 소식을 주고받거나 그 동안 벌려만 놓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진다. 직장에서, 동문회에서 가까웠던 동료들과 만나는 일을 챙기고, 만나 서는 또 한 해를 보낸다며 덧없는 세월을 탄식한다. 이런 게 우리 소 시민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유독 피부로 느끼는 썰렁함이 더한 분위기다. 경 기가 급격하게 침체되고 구조조정 여파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주변은 어느 때보다 황량할 따름이다. 경제가 과연 회복될 수 있을지 불투명함으로 가득차 있고 3년 전 외 환위기 초기 경험했던 불안의 터널로 다시 들어선 느낌이다. 그렇지 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내 자신만 챙기는 `이 기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를 한 번쯤 생각해보자.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유명인사들의 자선활동 기사를 그들만의 얘 기로만 치부해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그저 소모적으로 치르는 송년 모임을 양로원이나 고아원 방문으로 대신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선행의 주인공이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그냥 지나치고 마는 불우이웃 돕기 성금함에 동전이라도 하나 넣어 보는 일도 있다. 성탄절 이후 모금활동을 마쳐 모습을 감춘 구세군 냄비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이라면 흘려 넘기지 말고 이번에는 실천 해보자. 평소 해보지 않은 일이라 왠지 쑥쓰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그만 노력이 익명 속에 묻혀 있는 우리들에게 공동체 구성원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기쁨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 큼 크고 보람있는 일이다. 올해에는 세밑 한자락에 이웃돕기 성금함 을 채우는 일에라도 동참하고 넘어간다면 그래도 아쉬움을 줄이며 새 해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윤경호 사회1부/yoon218@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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