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에 말발 안서는 부시·버냉키(2008.3.1.)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정책 당국자들은 문제없다고 호언하지만 월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경제 성장 둔화를 인정하지만 침체 진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과 고물가 상태)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며 경기 연착륙을 자신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에 비해 112.10포인트(0.88%) 하락한 1만2582.18에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22.21포인트(0.94%) 내린 2331.57을 나타냈으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12.34포인트(0.89%) 떨어진 1367.68을 각각 기록했다.
부시 대통령과 버냉키 의장이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0.6%에 그친 데다 기업 실적도 여전히 악화일로인 것으로 공표됐다. 유가와 금값이 최고치로 치솟는 상황도 불안심리를 더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침체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돈이 흘러가게 하고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경기부양책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현 단계에서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첫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성장 둔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차 잠정치가 0.6%로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다소 회복된 수치를 기대했지만 1차 잠정치와 같은 0.6%에 그쳤다. 3분기 4.9%에 비하면 큰 폭의 둔화임에 틀림없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저조하게 나타난다면 마이너스 성장이 아니라도 두 분기 중 1%를 밑도는 성장으로, 사실상 침체 국면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28일 "미국이 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열린 하원 주택ㆍ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오름세가 진정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미국 경제 성장 둔화나 금융시장 문제 등에 대처할 대응력을 갖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버냉키 의장은 오히려 최근 상황을 2001년 경기 침체 국면과 대비했다.그는 "우리는 2001년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 압력을 겪고 있다"며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 더 많은 제약을 겪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 주장에 대해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날 텍사스에서 열린 연설에서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 의원은 "미국 경제는 침체 문턱에 서 있다"며 "경기 침체는 부시 대통령과 워싱턴 리더십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공박했다. 그는 나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 경제 정책 실패에 공조한 장본인"이라고 공격했다. 경기 침체 문제를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뿐 아니라 이미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매케인 의원을 부시 대통령과 엮어 밀어붙임으로써 자신과 매케인 간 대결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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