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서브프라임과 리먼 사태

158년 역사 리먼브러더스 결국 파산절차 돌입(2008.9.16)

joon mania 2015. 7. 29. 16:47

158년 역사 리먼브러더스 파산절차 돌입(2008.9.16)

"파산까지 갈줄이야" 예상밖 발표에 월가 경악
美 "구제금융 더는 없다" 대마불사 포기
FRB, 월가 거물급 CEO 심야 긴급소집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12일 밤(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주요 금융회사 대표들을 소집했다. 금융시장 핵폭탄으로 떠오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회의에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과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크리스토퍼 콕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한편에 앉고, 건너편에 존 맥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 존 테인 메릴린치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비크램 팬디트 씨티그룹 CEO 등 업계 대표들이 대좌했다. 

리먼브러더스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하면 금융시장 전체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속한 사태 해결을 통해 금융 위기를 차단하자는 것이었다. 정부 측과 업계 대표 간에는 이번 위기가 한 금융회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했다. 업계는 재무부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시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재무부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리먼브러더스를 인수시키더라도 그 과정에서 민간 업체에 대한 구제금융은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금융 부실에 허덕이던 리먼브러더스가 14일 밤 (현지시간) 결국 파산 신청 방침을 발표했다.
폴슨 재무장관은 리먼브러더스 인수업체에 향후 발생할 추가 부실을 정부가 보증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뜻을 가진 업체들은 올해 초 다른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처리 때 기준을 다시 적용하고 싶어했다. 

당시 재무부와 FRB는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할 때 390억달러 내에서 유동성 지원은 물론 부실에 대한 보증을 약속한 바 있다. 또 이달 정부 투자 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 각각 1000억달러씩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후 공적자금을 통한 정부 지원에 대해 대내외 비판 여론이 쏟아졌고 미국에서도 `대마불사` 논리가 어쩔 수 없이 통한다는 조롱까지 이어졌다. 시장의 판을 흔들 대형 금융회사는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명분에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끌려들어가 국민 세금으로 부실을 메워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폴슨 장관과 금융 감독당국은 이번만은 납세자의 세금으로 개별 업체 부실을 메워주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고수했다. 

그에 따른 파장은 만만치 않게 불어닥치고 있다. 업체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아날 수 있다면 피인수를 주저하지 않고 고강도의 구조조정 방안 찾기에 나섰다.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인수 이후 발생할 추가 부실에 정부 보증을 요구하다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 버렸다. 냉정한 시장 논리를 확인한 리먼브러더스는 결국 14일 밤(현지시간) 파산 신청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158년 역사의 리먼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10년 전 롱텀캐피털(LTCM) 붕괴 때도 살아남았으나 글로벌 신용 긴축의 위기를 넘기지는 못했다. 

리먼브러더스에 이어 유동성 위기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BOA로의 피인수를 택했다. BOA는 주말과 휴일의 막후 협상에서 양측 간 인수에 합의하고 14일 밤 이를 발표했다.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외에도 미국 금융시장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으로 알려져 있는 금융회사는 한둘이 아니다. 파산이나 아니면 자존심을 버리고 일단 살고 보는 피인수의 기로에서 미국 금융회사들은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