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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타이타닉호 고쳐서 끌고 나가야(2009.1.5)

joon mania 2015. 8. 1. 21:23
세계경제는 타이타닉호 고쳐서 끌고 나가야(2009.1.5)
시장실패ㆍ잘못된 정책이 現위기 불러
개혁통해 시장 불확실성부터 없애야
주택가격ㆍ유가ㆍ금융붕괴가 핵심 변수

◆全美경제학회 / 세계 경제위기 진단과 해법◆ 

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포럼에서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이코노미스트가 금융위기와 관련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 원인과 해법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찾아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호텔에서 3일(현지시간) 개막한 전미경제학회 연례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학술대회 첫날 금융위기 문제를 다루는 세션이 4개나 개최됐지만 모두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뤄 금융위기가 미국 경제학자들에게 최대 이슈임을 보여줬다. 



우선 경제학자들은 이번 금융위기가 정부와 민간 부문 등 총체적인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앨런 블라인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금융위기 토론회`에서 "2002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저금리 상태를 필요 이상 오래 끌면서 금융위기가 확대된 측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금리가 현재와 같은 거품과 위기를 만들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 도덕적 해이 등으로 인해 빚어진 시장 실패와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인한 정부 실패가 현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간 부문 실패는 기업 최고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인센티브 등 잘못된 인센티브 관행과 위험관리 실패 등이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 이사회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신용평가기관들도 감시 기능을 못하는 등 대내외 감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교수 역시 금융위기 원인을 미국 FRB 저금리 정책 탓으로 돌리는 데 반대했다. 로고프 교수는 "저금리 정책은 실제 시장금리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현 금융위기에서는 부차적인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보면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한 막대한 달러 유동성과 또 미국 경상수지 적자라는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정부 측 안이한 대처도 금융위기를 초래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루비니 교수 등 여러 전문가들이 2003년 전후에 수많은 경고를 했지만 정부는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며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도 금융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자성 목소리도 나왔다. 로고프 교수는 "위기가 발생하자 모두가 누군가를 원망하려고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시장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금융위기가 보다 깊고 오래갈 것이라며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고프 교수는 금융위기는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며 깊고 길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페인 노르웨이 일본 미국 태국 등 과거 금융위기를 겪은 세계 주요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정점에서 최저점까지 가는 데 주택가격은 평균적으로 5년에 걸쳐 36%나 하락했고 주식가격은 3.4년에 걸쳐 56%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는 초기단계로 2006년부터 시작됐으니 2010년까지 갈 수 있고 실업률도 2010년까지 9~10%대로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타이타닉호에 뭔가 문제가 생겼지만 모든 배가 가라앉지는 않았다"며 "우리는 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기보다는 위험을 충분히 회피할 수 있도록 오히려 금융시장을 확대 발전시키는 게 장기적인 해법"이라며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개인 소득을 담보로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러 교수는 또 자산가격 거품과 붕괴에 따른 위험을 소비자들이 방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주택가격 보험, 생활수준 유지 보험 등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자산에 대해 가치를 부여해 사람들이 매입하도록 해야 하며 위험성이 있는 자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부여해 소비자들이 소비를 더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주택 가격 하락, 오일 쇼크, 금융시장 붕괴 등이 향후 경제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정부는 당장 경기 부양책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금을 올리면 영국이 경험했던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소득세를 제거할 필요도 있다고 제시했다. 

로고프 교수는 금융 부문 구원자로서 FRB가 잘하고 있지만 미국이 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웨덴 정부가 은행을 국유화하고 다시 민영화한 사례를 들면서 FRB는 추가 자금을 투입해 금융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회복시켜야 한다며 적어도 1조달러가량을 더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 조경엽 국제부장(부국장) / 워싱턴= 윤경호 특파원 / 뉴욕 = 위정환 특파원 / LA = 김경도 특파원 / 노영우 기자 / 이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