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 관계

미ㆍ러, 핵 1500~1675기로 줄인다(2009.7.7)

joon mania 2015. 8. 7. 16:57

미ㆍ러, 핵 1500~1675기로 줄인다(2009.7.7)

모스크바 정상회담서 합의…ICBM도 500~1100기로 감축



미국과 러시아가 6일 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1500~1675기로 감축하기로 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협정을 위한 양해 각서 초안에 서명했다. 


초안에 따르면 양국은 새 협정이 발효되고 7년 안에 양국의 핵탄두 수를 1500~1675기로 줄여야 한다. 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 수단도 500~1100기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오는 12월 5일 효력을 상실하는 START-1은 양국이 6000개 핵탄두와 1600기 ICBM만을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며 올해 1월 1일 현재 러시아는 3909개 핵탄두와 814개 각종 발사 수단을, 미국은 5576개 핵탄두와 1198개 발사 수단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상대를 신뢰하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과거 복잡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장(章)을 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두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처음 갖는 만남이다. 올해 48세인 미국 대통령과 44세인 러시아 대통령 간 만남은 그들의 젊은 나이만큼이나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번 회담 최대 현안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후속 협정 체결 작업이었다. 1991년 체결한 START-1이 오는 12월 5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START-1 외에 양국은 2002년 정상들이 서명한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에서 핵무기 수를 1700~2200개 수준으로 줄이도록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 측은 회담에 앞서 START-1보다 훨씬 진전된 결실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둘 것이라고 호언했다. 


반면 미국 측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핵 군축ㆍ비확산 담당 보좌관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양해각서에 대한 최종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 간에 다룬 뜨거운 감자는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 안건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부시 대통령처럼 러시아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려는 입장이 아니어서 갈등 요소는 줄었다. 


러시아는 미국이 추진하는 동유럽 MD 계획이 자신들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반대해 왔다. 


심지어 START-1 후속 협정 협상에도 이 문제를 연계시켜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부에서도 차라리 러시아와 협력하자는 여론이 나왔다.이란 핵개발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러시아와 손잡고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란과 가까운 곳에 설치된 러시아의 레이더 기지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유럽 MD 계획 문제는 이란 핵프로그램과 함께 다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이날 회담에서 지난 16년 동안 추진해 온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꺼냈지만 양국 간에 구체적인 실마리를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