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젠 구호보다 내실 기할때 (2009.12.5) | |||||||||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음 회의를 서울로 유치 확정하고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서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준비위원장은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에 파견된 이준 열사를 들먹였다. 선조가 못한 일을 100년이 지나 우리가 해냈다며 감격에 겨워했다.(G20 정상회의 준비위 발간 `G20 코리아 더 큰 세계로`에서) 2010년을 열면서 대한민국은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국가 품격 높이기를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 정부 정책 방향은 G20 정상회의를 향해 맞춰졌다. 유치 결정 당시의 들뜬 기분이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다. 흥분만 지속되는 듯하다. 하지만 차분해져야 한다. 이제는 G20 회의를 실질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내실을 채워야 할 때다. 따져보면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 한국의 역할을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라고 설정했다고 한다. G20 회원국 구성상 중간쯤에 위치한 우리로서는 할 만한 얘기다. 의장국으로서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개도국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치면 선진국에서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선진국 진입을 운운하며 그쪽 편만 든다면 개도국에서 등 돌림을 당할 게 뻔하다. 중용과 중도가 필요하다. 의제 설정도 쉽지 않다.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각국이 자국 상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출구전략 공조는 깨지고 있다. 최대 공통 현안인 고용 문제를 의제로 잡는 데도 합의가 쉽지 않다. 6월에 캐나다에서 먼저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둘러싸고도 사소한 갈등을 피해야 한다. 캐나다와 공동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적절하게 나눠야 한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겠다고 나서면 잃는 게 더 많아질 수 있다. 캐나다는 속성상 아무래도 선진국 모임인 G8에 치우치려는 성향을 감추기 어려울 거다. 사실 정상회의는 `쇼`다. 실질적인 논의는 따로 이뤄진다. 사전 교섭 대표인 셰르파 회의,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차관ㆍ부총재 회의 등 다단계다. 금융안전망 구축 작업을 논의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 회의도 있다. 창구마다 꼼꼼하게 협의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간에 사람이 바뀌는 건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그동안 쌓은 인맥 네트워크가 한순간에 날아가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에게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FSB 회의를 맡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도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3월 말에 퇴임하는 한국은행 총재의 교체는 기정사실화돼 있으니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한은에서 G20 회의를 총괄하는 이광주 국제담당 부총재보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 부총재보는 오랫동안 국제 업무를 맡아오며 금융가에 탄탄한 인맥을 쌓아 놓고 있다. 누구든 이어받으면 된다는 식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다. 국제 금융가에서 `광주 리`로 명성을 쌓고 있는 그의 노하우를 놓치지 않으려면 11월 정상회의 때까지 임무를 더 맡기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지난 연말 셰르파로 발탁된 이창용 G20 준비위 기획단장도 개인적 네트워크를 써먹기 위해 차출한 것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 실세인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자문위원장과 사제 관계라는 점을 감안해서다. G20 회의와 관련해 각국 정부의 공식 대표는 어디까지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셰르파다. 사공일 G20 준비위원장은 준비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을 뿐이다.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켜주는 게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국민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았다가는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G20 만세`는 회의를 빈틈없이 치른 뒤에 불러도 늦지 않다. 그래야 100년 만의 쾌거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거다. [윤경호 경제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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