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젠 환율주권론서 한발 넘어서길 (2010.4.16)
"국장, 차관으로 일할 때 고환율 고집해 최틀러 됐지만 대통령 비서 자리에서는 자기 목소리와 색깔내선 안돼 경제정책 전반에 중심 잡아야 " | |||||||||
그는 야구를 좋아한다. 한국 매체 특파원들과 처음 만난 지난 2008년 8월 야구 얘기로 말문을 열었을 정도다. 그는 "오늘 두 가지 뉴스가 있다"고 상견례에 온 한국 특파원들을 갑자기 긴장시켰다. 이어 "올림픽에서 한국이 일본에 이긴 게 좋은 소식이고, 나쁜 소식은 미국이 쿠바에 졌다는 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커트 텅은 2003년부터 3년간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경제참사관으로 일했다. 그때 재정경제부에서 커트 텅을 주로 만난 창구는 최중경 국제금융국장(당시 직책)이었다. 최 국장은 직급을 따지지 않고 텅 참사관을 업무 상대로 대우했다.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텅 참사관이 정례적으로 올리는 보고서의 방향을 잡아줬다. 덕분에 최 국장은 재정경제부 안에서 미국 대사관 관련 업무의 민원 창구 구실도 했다. 민원이라 해봐야 급하게 발급해야 하는 비자였을 게다. 최 국장에게 몰린 부탁은 평소 `관리`한 커트 텅 참사관을 통해 해결되는 방식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최 국장은 주미대사관뿐 아니라 한국에 주재하는 주요국 대사관의 경제참사관들을 널리 만나고 다녔다. 따지면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의 업무가 아니지만 그는 시간을 내고 돈도 들여 밥도 샀다. 최중경의 업무 스타일이 그렇다. 윗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나서서 우직하게 일을 한다. 자기 신념에 입각해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확신범`과 비슷하다. 국제금융국장으로 일했던 때부터 강력한 환율 방어 정책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때 얻은 별명이 `최틀러`다. 외국환평형기금 수조 원을 까먹었다는 비판에 몰리다 쫓기듯 세계은행으로 옮겨가야 했다. MB정부 출범 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짝을 이뤄 차관으로 복귀한 뒤에도 고환율을 고집했다. 환율주권론자이라는 타이틀도 덧붙여졌다. 최틀러나 환율주권론자라는 호칭은 고집스러움 때문에 얻었을 게다. 윗사람들이야 소신 있게 일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지 모르지만 그의 결정 때문에 손해를 입은 쪽에서는 싫어하고, 반감을 가질 수 있다. 논쟁해보자면 원화가치 약세(고환율)가 한국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식의 논리를 언제까지 펼쳐야 하는지 묻고 싶다. 수출지상주의가 만사에 우선할 때는 고환율이 다수를 행복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이젠 달라졌다. 수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나 외국에 유학생을 보내놓은 가정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최틀러가 이젠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한다. 지난달 30일 경제수석으로 발표됐을 때 그는 "이젠 내 의견은 없다"며 "비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맞다. 정책 집행의 일선에 있는 국장, 차관 때와는 달라야 한다. 청와대 수석이라지만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비서다. 비서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색깔을 씌우면 안 맞다. 외환시장에서는 그의 내정 발표 후 원화가치가 약세(환율 상승)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후 어제까지 원화값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중경 수석의 환율주권론이 이젠 통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가 아직 본래의 소신과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않아서인지는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라면 한국은행의 발권력도 동원할 수 있다"는 식의 독단을 보이지 말라고 주문하려 한다. 경제 관료로서 쌓아온 그의 전문성이 환율 정책에만 있지는 않을 게다. 성장, 고용, 외환 정책에 걸쳐 두루 솜씨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이젠 환율주권론 같은 울타리에서 한발 넘어선 최중경의 모습을 원한다. [윤경호 경제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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