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世智園] 템플 호텔 (2014.1.28.)

joon mania 2015. 8. 10. 16:26

 

 

 

 
 
   
 
300여 년 전 지은 사찰에 현대를 입힌 명물 `템플 호텔`이 베이징에 문을 열었다. 객실과 갤러리, 레스토랑을 갖춘 템플 호텔은 벨기에 출신 후안 반 바센호브라는 기업가 안목 덕분에 가능했다. 2005년 베이징 골목길을 둘러보던 그는 자회색 지붕 위로 얼핏 보인 사리탑 꼭대기 아래 버려진 목조 누각을 발견했다. `지주사`라는 이름을 가진 티베트불교 사찰이었다. 청나라 부귀영화가 절정에 달했던 1700년대 불교신자였던 황제는 티베트 사찰을 지어줬다. 이곳에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던 현인을 살게 했다. 1949년 인민해방군이 접수했을 때도 현인 6명이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공산당은 자전거 공장, 의료품 공장을 거쳐 흑백TV 공장으로 전락시켜버렸다. 이후 화재로 건물은 폐허로 변했고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바센호브는 중국 내 파트너를 끌어들여 사찰을 사들인 뒤 투자자를 모아 부티크 호텔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스님들 처소는 객실로 변했다. 메인홀 천장 속에 초라하게 숨어 있던 산스크리트 색채로 덮인 나무 패널이 화려한 옛 영화를 재현했다. 갤러리에는 사찰 분위기를 더 내게 하는 조명 디자이너 작품을 배치했다.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 대작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혼잡한 베이징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느낄 수 있는 오아시스나 마찬가지라고 템플 호텔을 치켜세웠다. 허물어져 가던 사찰 수명을 300년은 연장했다고 반 바센호브 씨는 자부하더라고 신문은 전했다. 

여수엑스포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오동재라는 한옥 호텔이 있다. 옛 사연을 담지는 않았지만 한옥풍이라서 이채롭다. 서울 경복궁 옆엔 대한항공이 한옥풍 7성급 호텔을 짓겠다고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학교 주변 200m 이내엔 청소년 유해시설을 불허하는 규정을 내세운 관할 교육청이 제동을 걸어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투자 확대와 고용 증진 차원에서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이런 걸림돌을 없애주겠다는데,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베이징 `템플 호텔`까지는 아니라도 옛 전통과 현대를 섞은 명물 평을 듣는 건축물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