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정희-노무현 대리戰'국민이 불행해진다(2012.11.29.)

joon mania 2015. 8. 13. 09:41
'박정희-노무현 대리戰'국민이 불행해진다(2012.11.29.)

18대 대통령선거 공식 유세 첫날인 그저께 박근혜ㆍ문재인 두 후보는 상대방을 과거 정권의 어두운 페르소나(persona)에 가두는 전략을 폈다. 밝은 미래를 표방하는 자아를 제쳐두고 어두운 측면을 부각시켜 국민 정서에 각인시킨 선거전이다. 
박 후보는 문 후보를 "실패한 과거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라 했고 문 후보도 박 후보를 "5ㆍ16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라고 공격했다. 나란히 충청 지역을 찾아간 어제도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실패론자로 치부됐고 박 후보 역시 이명박 정부 실정의 공동책임자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박근혜 대 문재인 양자 구도가 구축되자 이번 대선 캠페인이 '박정희 대 노무현' 대리전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염려가 제기돼왔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두 후보는 예상대로 과거로 회귀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데 급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면서 어떻게 스스로를 준비된 미래 세력이라고 내세울 수 있으며, 새 정치를 통해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대선 후보들에게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국가 장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를 향한 정책으로 승부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세계 경제위기 장기화 조짐은 암울한 먹구름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와 공존, 일본 우경화, 시진핑 체제 구축 후 미ㆍ중 간 패권 경쟁 등 국제 정세도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다. 후보들은 이런 안팎의 어려운 환경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지 구체적인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할 것이다. 정책이나 비전 같은 본질에서 벗어난 과거사 공방으로 초반부터 선거전이 가열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남은 20일간 캠페인을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제시하는 국민적 토론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두 후보는 공개 장소에서 대중 감성에 호소하는 연설도 중요하겠지만 부문별로 조목조목 정책을 따져보는 양자 토론회를 통해 유권자와 만날 것을 촉구한다. 중앙선관위에서 주관하는 세 차례 TV토론이 잡혀 있으나 이와 별도로 언론사나 사회단체에서 마련한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응해 정책에 대한 내공을 보여줌으로써 비교우위를 드러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