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정치문화 되돌아보게 한 김종훈 사퇴(2013.3.5.)

joon mania 2015. 8. 17. 17:14
한국 정치문화 되돌아보게 한 김종훈 사퇴(2013.3.5.)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어제 "국가 운명과 국민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제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며 장관 후보를 사퇴했다. 그는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에 조국에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5세 때 이민간 뒤 미국에서 IT벤처 성공신화를 쌓은 인물이다. 전화기와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고 특허 3만3000개와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배출한 벨연구소에 영입돼 좌초 위기에 놓인 회사를 회생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김 후보자를 새 정부의 상징이자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책임자로 영입했으나 꿈은 신기루가 되고 말았다. 영국은 영란은행 총재에 캐나다 출신 마크 카니를 영입했다. 이스라엘도 중앙은행 총재에 미국인 경제학자 스탠리 피셔를 앉혔는데 임기를 마친 그는 벤 버냉키 후임으로 미국 연준 의장에 거론되고 있다. 국적을 불문하는 세계 각국의 이런 두뇌 유치전이 한국 정치권엔 강 건너 불구경인가. 
김 후보자 사퇴는 한국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박 대통령 표현대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모셔 오려 했는데 현실 정치의 장벽에 시작도 못 해본 채 꺾여 버렸다. 여야는 양보 없이 서로 자기 주장만 고수할 뿐 불통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정치 이기주의다. 
한국 사회의 폐쇄성도 재차 확인한 듯해 씁쓸하다. 재산 10억달러를 가진 김 후보자가 미국 시민권까지 포기하며 조국에 봉사하겠다는데 국적 시비에 CIA 활동 전력을 들이밀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급기야 국내 부동산 투기 의혹 같은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는 지경까지 갔다. 말로는 세계화를 외치면서 '형식'에 매달리다 '실리'를 외면했다. 외국에서 성공한 우수한 한국인들을 활용하는 일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 일각에서 김 후보자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데 따른 불이익이나 개인적인 흠집 때문 아니냐는 지적을 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김 후보자 사퇴가 주는 메시지는 한국 정치와 사회에 퍼져 있는 후진성과 폐쇄성에 대한 경종이자 항변임을 읽어야 한다. 인사에서 적재적소가 실현되려면 다양한 인재들이 어디서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부터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