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회사를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발표한 동부그룹 계열사 가운데 4개 종목이 어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금융 계열 주가도 강세였다. 오너인 김준기 회장의 필생 사업이지만 그룹 재무구조 부실의 주요인이었던 반도체를 접고, 사재를 출연해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각오를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이 지난 17일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으로는 현재 6조3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2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여 2년 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구책으로 위기를 벗어난 뒤 금융, 철강, 전자, 농업ㆍ바이오 등 4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각 계열사도 돈 되는 자산을 팔고, 조단위 투자가 더 필요한 불투명한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니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동부그룹 측은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하겠다는 동부하이텍이 과연 제값을 받을수 있을지, 사겠다는 의향을 가진 제대로 된 인수자가 나설지는 미지수다. 동부메탈은 알짜 회사이기는 하나 규모가 크지 않아 유동성 확보에 도움도 제한적이다. 시장에서 더 덩치가 크고 수익성 있는 주력 기업을 파는 게 그룹을 살리는 확실한 방안이라고 보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려고 숫자 채우기식 매각 계획으로 시늉만 하다 자력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전례가 많았다. 막판까지 버티다가 법정관리로 간 STX그룹이나 동양그룹은 금융시장과 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채권단도 손놓고 있다가 뒷북을 치지 말고 선제적으로 더 강하게 고삐를 죄어야 한다. STX그룹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놓고 1년도 안 돼 무너졌고, 동양그룹은 주채무 계열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고만 있다가 당했다. 한진해운이나 현대그룹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한 다른 대기업 집단은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STX와 동양에 이어 동부로 이어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분한 교훈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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