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과 현실 사이 두 손 든 안철수 정치실험(2014.4.11.)

joon mania 2015. 8. 28. 15:59
이상과 현실 사이 두 손 든 안철수 정치실험(2014.4.11.)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제 6ㆍ4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에 대한 정당 공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하루 동안 실시한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공천을 하라는 의견이 많게 나오자 이를 따른 것이다. 김한길 대표의 옛 민주당과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연합이 통합할 때 '기초선거 무공천'을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친노 계열 반발에 결국 후퇴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자칫 단일 선거에 두 개 규칙이 적용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뻔했으나 피하게 됐다. 그러나 명분 대신 실리를 택했지만 '새 정치'나 '약속의 정치'를 내건 안철수 대표 리더십에 결정적인 상처가 나고 말았다. 국민은 현실과 이상 혹은 포퓰리즘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결국 손을 들어버린 안철수의 어설픈 정치실험에 실망할 것이다. 정치판을 바꾸려면 바위보다 더 굳건한 신념이 필요한데 안철수에겐 그게 없었다. 지난해 치른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모두 기초선거 무공천을 공약했다. 여성 등 정치적 소수자 배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 공천비리 차단 등이 취지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까지 국민에게 한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여야는 6ㆍ4 지방선거를 일단 현행법대로 치른 뒤 필요하다면 다시 합의를 끌어내 제대로 정비된 규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처럼 선거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기본적인 룰 문제에 함몰되면 여야 정당이 정책과 민생을 위한 경쟁에 고민할 시간을 어떻게 가질 수 있겠는가. 기왕 정당공천은 책임정치 구현 측면에서 기초선거라도 포기하기 어렵다면 차제에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해 보기 바란다. 기존 제도를 바꾼다면 미리 세심한 대목까지 점검함으로써 오랜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제 6기째를 맞는 지방자치제도가 과연 효율적인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