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美日신동맹을 보면서 한국외교가 재정립해야 할 것(2015.5.1.)

joon mania 2018. 12. 4. 15:22

[사설] 美日신동맹을 보면서 한국외교가 재정립해야 할 것(2015.5.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은 예상대로 침략과 식민지배 피해를 입은 국가에 대한 사과를 담지 않았다. 관심의 초점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여성 인권이 침해받지 않는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에둘러 말하고 말았다. 미국을 상대로 벌인 태평양전쟁에 대해서만 통절한 반성 운운하며 사과했을 뿐이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불행했던 과거를 정리할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연설을 주목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8월 15일 종전 70주년 담화도 공동의 미래를 도모할 계기로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일 정상회담이 양국 수교 50주년 즈음에 돌파구를 찾을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아베의 방미로 부각된 미·일 신밀월 시대는 동북아에 펼쳐지는 새로운 질서다. 중국 견제를 위한 양국의 협력은 또 다른 냉전의 전조로 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을 활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적극적 평화 기여를 내세워 거침없이 돌진한다. 아베는 연설에서 자유세계 제1, 2 민주주의 대국을 연결하는 동맹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두 정상의 이름을 딴 '버락-신조' 관계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미·일이 함께 군사와 경제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공동 비전 성명도 내놓았다. 양국 방위지침을 고쳐 자위대의 해외활동 범위를 풀어주면서 일본에 집단자위권을 인정했다. 일본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적극 참여하며 화답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오늘 외교안보대책회의를 열어 최근의 상황 변화와 우리의 정책을 점검한다고 한다. 우선 상반기 중으로 잡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앞서 한·미 관계부터 재정비하기 바란다. 일본과도 과거사 프레임에 갇혀 있기보다는 동북아 새질서 속에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현 외교팀이 자화자찬이나 상황 합리화의 늪에 빠져 무능을 노출했다면 주저말고 수술해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선택적 노출' 함정에 빠져서는 국익을 도모할 수 없다. 아베의 미국행에서 외교는 철저히 실리싸움이며 주고받는 게임임이 증명됐다. 한국이 미국에 줄 이익이 없다면 미국은 한국편에 서면서 일본을 혼내 줄 이유가 없다. 한국 외교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