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특검의 '뇌물 프레임' 수용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유죄 선고(2017.8.26.)

joon mania 2018. 12. 17. 16:04

[사설] 특검의 '뇌물 프레임' 수용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유죄 선고(2017.8.2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공여하고 회사 재산을 국외에 빼돌린 혐의 등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삼성 부회장 등 임원 4명도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열린 1심 판결에서 삼성 측의 최씨와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뇌물로 판단했고, 이 자금을 회삿돈으로 조성한 점에 대한 횡령 혐의도 인정해 이렇게 판결했다. 이 부회장 재판은 3차례의 공판준비 절차에 이어 4월 7일부터 정식 공판을 시작해 결심까지 53차례에 걸쳐 59명의 증인을 불러가며 이어졌다. 지난 2월 28일 이 부회장의 구속기소부터는 178일 만에 1심 선고에 도달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결심공판에 직접 나와 뇌물 공여와 횡령 그리고 재산 국외도피 등 5가지 혐의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박 특별검사의 뇌물죄 프레임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를 위해 정유라의 승마 지원 등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줬다는 특검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재산을 해외로 불법 반출했다는 대목도 인정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최순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겨냥해 지원하고 도움을 얻으려 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수용한 것이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지만 특검의 뇌물죄 프레임은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있다. 뇌물 공여의 이유가 되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려면 대가가 되는 직무 내용이 특정돼야 한다는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의 논리는 향후 2·3심에서 엄정하게 가려져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삼성의 핵심 경영진에게 뇌물죄가 덧씌워진 만큼 향후 글로벌 경영에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법원이 기업의 지원을 뇌물로 판단했으니 앞으로 비슷한 사안에 기업들의 운신은 더욱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도 기업에 손을 벌리는 구태에서 절연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간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 공식적인 제도의 틀 안으로 끌어넣는 새로운 관행도 이 참에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