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이번엔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에게 퍼부은 살인적 댓글(2017.12.25.)

joon mania 2018. 12. 19. 17:48

[사설] 이번엔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에게 퍼부은 살인적 댓글(2017.12.25.)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들에 관한 악성 댓글을 막아달라는 호소를 올렸다는 소식은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충격적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떠 있는 화재 기사마다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살인적 댓글이 달려 접기요청이나 신고하기를 해도 계속 늘어나 청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악성 댓글 중에는 '알몸으로 사망 부끄'라는 제목과 같이 불행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그 유족에게 이성적으로는 꺼낼 수 없는 표현이 있으니 도대체 어떤 사고구조를 가진 이들의 작태인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되는 뉴스나 소셜미디어 같은 SNS에 올리는 의견과 거기에 붙는 댓글은 온라인에서의 여론 동향을 알 수 있는 순기능 역할도 한다. 신문이나 잡지처럼 오프라인을 통하는 전통 매체는 활동 공간이나 참여 인원 등에서 제약을 받는 원천적인 한계를 갖지만 온라인은 이런 약점을 뛰어넘을 수 있다. 시공간의 제한을 넘어서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만큼 디지털 시대를 반영한 공유의 마당이 된다. 하지만 익명 속에서 절제 없이 의견을 개진하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행동준칙을 팽개친 채 극단으로 치닫는 이용자들 때문에 인터넷 소통창구 자체가 도마에 오르고 외면을 당하는 지경에 도달했으니 심각한 상황이다.
온라인에서의 악성 댓글 문제가 새삼스럽게 어제오늘 불거진 건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취재 중 중국 측 경호원의 무차별 폭행으로 부상당한 한국 기자들에게 퍼부은 상식 이하의 댓글과 이번 화재사고 유가족의 마음을 후벼 파는 댓글 사태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참담하고도 부끄러운 현실의 단면이다. 얼마나 많이 시달렸길래 네이버 관련 기사에 아예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해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겠나. 포털운영자의 관리 책임이나 허위 사실과 인신공격으로 악성 댓글을 올리는 이용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은 필요하다면 강구해야겠지만 다음 문제다. 자연법에 기초한 인륜과 휴머니즘이라는 공통의 가치에 위배되는 언행을 걸러내는 집단지성이 작동돼야 한다.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내고 강요하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배려하는 최소한의 도리가 먼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