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은행들에 제로페이 출연금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다(2019.6.27.)

joon mania 2020. 2. 24. 13:46

[사설] 은행들에 제로페이 출연금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다(2019.6.27.)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는 제로페이 운영법인에 필요한 출연금을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 내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제로페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탄생시킨 결제 시스템이다. 하지만 정부가 밀어붙이고 가입자나 이용자의 자발적인 선택을 받지 못해 관제 페이라는 비판을 들었는데 이제는 운영법인에 필요한 돈을 민간에게 부담시키려 하니 온통 엇박자로 일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제로페이는 체크카드를 매장 QR코드에 대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현금을 넣어주는 이체 방식으로 연매출 8억원까지 판매자 수수료가 0%다.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올 2월 이후 전국으로 넓혀 시행 중이다. 전국 25만여 개 가맹점에서 하루 평균 8000여 건의 결제가 이뤄지는 정도이니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중기부는 은행들에 운영법인 출연 요청을 한 건 사실이지만 제로페이 구상 단계에서부터 논의한 내용이라며 출연할지는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출연금 요구는 우리 사회에 버젓이 온존하는 관치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기부는 제로페이에 참여한 금융회사들은 처음부터 공공성을 고려했다지만 준비 단계는 물론 앞으로도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사업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돈을 내는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제로페이에는 은행들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융결제원이 플랫폼 구축을 맡아 초기 설치비용 39억원이 소요됐고 운영비용이 매년 35억원씩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다 은행들은 계좌 간 거래에서 받아야 하는 건당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으니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사업에 참여하고 운영법인 출연금을 내라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니 어떤 측면으로 봐도 부적절하다. 제로페이는 현행 시스템을 벗어나 유비페이 같은 사용자 중심 결제 방식인 오픈 플랫폼을 채택해야 한다. 중기부가 금융결제원 플랫폼을 고집하지만 않으면 된다. 이용자가 쓰기 편하고 판매점 등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속가능한 방식이 어느 것인지 잘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