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아전인수식 경제전망 / 1999.1.6.
[윤경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둘러싼 재경부와 한국은행의 때 아 닌 경기 논쟁은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양자가 각각 평소 펼쳐온 지론과는 다소 벗어난 주장들을 펼치고 있 기 때문이다. 경기 진단에 관한 한 보수적이던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3.2%로 높아질 것이며 지난해 4·4분기 이후 빠른 속도로 지표들이 회복되고 있다'는 이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반면 재경부는 아직도 경기는 저점을 지나지 않았으며 상반기를 거쳐 하반기에 상승국면에 진입해 올해 2% 남짓의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며 신중한 의견이다. 불과 한달전 양측의 입장은 서로 뒤바뀌어 있었다. 재경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편입 1년을 전후해 그동안 겪었던 경제의 어려움을 상당부분 극복해 이제 희망의 서곡이 보인다 고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은은 재경부의 낙관론에 대해 아직은 이르다며 나락으로부터 탈출 에 성공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렇듯 뒤바뀌어 버린 양자의 입장은 지표로 나타난 경기 현상을 필 요한 목적에 의해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 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4분기이후 실물 지표들이 눈에 띄게 호전돼 올 해 성장률을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하지만 실물과 괴리된 기형적인 경기 회복임을 지적한다. 생산이 늘었어도 수요 증가에 부응한 것이 아니라 재고조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칫 생길 수 있는 거품을 미리 경계해야 하며 올해 정부가 펼치려는 경기부양 일변도 정책은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와 통화공급 확대에 쐐기를 박기 위한 계산된 입장 표 명으로도 보인다. 반면 경제 위기 탈출을 목소리 높여 강조하던 재경 부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며 경기진작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재정자금을 조기에 집행해서 돈도 충분히 풀고 금리도 더 낮춰 경기 부양책을 유도하기 위한 진단인 셈이다. 경제성장률을 전년 대비로 계산함을 고려한다면 올해의 마이너스 5∼ 6%성장률에서 내년도 2∼3%의 플러스 성장 예상은 숫자 놀음에 불과 하다. 투자 감소는 여전하고 소비도 좀처럼 늘지 않는다면 피부로 느 끼는 경기 회복은 더디기 때문이다. 통계로 도출되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은 일정 기간을 지낸뒤에야 검증 받게 된다. 재경부와 한국은행이 자신들의 정책 집행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위해 경제 전망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면 당연히 지탄받을 수 밖 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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