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이제 결론을 내릴 때다 1999.3.17.
[윤경호] 고액권 지폐 발행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항상 팽팽 하다. 이미 보편화된 10만원권 자기앞 수표의 사용상 불편함과 발행 비 용 낭비를 감안할 때 이를 대체할 고액권 지폐를 빨리 만들자는게 한 쪽 목소리다. 반면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신용사회 정착을 앞당겨야 하는 시점에서 고액권 발행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인플레 유발은 물론 뇌물과 탈세 수단으로 이어진다는게 반대쪽 논리다. 1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주최한 `고액권 화폐 발행에 대한 공청 회'에서는 이같은 찬반 양측 의견이 다시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10명의 진술인 가운데 찬성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기는 했지만 그렇다 고 반대 의견이 찬성론에 밀리거나 파뭍히지도 않았다. 그만큼 찬반 논리는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고 있고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고액권 지폐 발행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 은행측의 진술인은 찬성과 반대 어느쪽의 의견도 표시하지 않았다. 진술인으로 나선 박효민 한은 발권부장은 먼저 고액권 화폐 발행의 장·단점을 동시에 열거했다. 그리고는 `신용사회 정착과 거래의 투명 성 등을 보장하는 사회·제도적 보완장치의 추진 경과를 봐가며 신중 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한국은행 총재의 지난해 10월 국회 답변을 인용하는 선에서 매듭짓고 말았다. 일선에서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관계당국의 이같은 어정쩡한 자세에 대해 시민단체를 대표한 진술인이 공박하고 나섰다. 위평량 경실련 정책부실장은 "고액권 지폐 발행 논란이 반복된지 벌 써 10여년이 돼가고 있지만 관계당국이나 국회 차원의 노력이 전혀 이 뤄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사실 고액권 지폐 발행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재경부장관이나 한국은 행총재 등 유관 기관장들은 "여러 여건을 감안해 발행 여부를 신중하 게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의사 표시로만 일관해왔다. 일부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 양론이 대등 하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여론 동향도 한쪽으로 결론 을 끌고 갈 만큼 기울어있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 이상 진전없는 찬반 논란이나 여론 동향에 끌려 다니지 말고 결론을 내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국회 재경위의 이번 공청회에서 모아진 결론이 10여년을 이끌어 온 고액권 지폐 발행 논란을 매듭짓는 계기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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