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기로에 선 ADB 1999.4.31.
[마닐라=윤경호] 아시아 국가들의 금고 역할을 자임해온 ADB(아 시아개발은행)가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주요 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외환위기로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재정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ADB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외환위기 를 겪은 나라에 금융 지원을 늘리는 바람에 ADB의 재무구조가 악화 됐다"며 "신용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자금 조달 조건이 불리해질 정도" 라고 털어 놓았다. 이에따라 자본금 증액과 아시아개발기금(ADF) 증자를 추진해야 하 지만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에반해 일본은 `엔블럭' 구축과 아시아 국가내에서의 주도권 확보 를 위해 자금 공세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300억달러의 자금을 풀기로 한 `미야자와 플랜'과 별도로 지 난 4월 30억달러의 기금을 ADB에 출연해 아시아 외환 위기 국가 지 원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이 자금이 지원됐고 일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 지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역외 회원국들 은 "일본이 ADB를 일본은행으로 만들려 한다"며 반발한다는 전언이 다. ADB측은 자본금 증액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 대출금리를 인상하 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자금 수혜국은 추가 이 자 부담을 감안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존 대출금리를 인상하면 불똥은 우리에게도 튀게 된다. 우리는 지 난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ADB로부터 4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10년만에 다시 채무국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ADB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면 빌려온 돈을 당초 일정을 앞당겨 갚아야 할 수 도 있다. 세계 금융가에서 국제금융기구의 중요성은 아 시아 국가의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를 관리하고 있는 ADB가 이제 한계 상황에 직 면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점은 우려할 일이다. 외환위기 탈출을 위해 국제금융기구에 손을 벌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ADB의 위기가 남의 일만으로 그치지 않음을 다시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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