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컬럼(금융부,사회부)

[기자24시] 한국은행 기살리기 1999.6.12.

joon mania 2015. 7. 17. 19:23

[기자24시] 한국은행 기살리기 1999.6.12.


[윤경호]12일로 49세의 생일을 맞은 한국은행 식구들의 얼굴에는 별 로 흥이 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비쳐진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앞둔 조직이라면 이제 완숙의 단계에 접어 들만하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전통만으로도 잘 굴러가야 정상이다.

그 러나 한국은행은 아직도 제 궤도에 올라서 있기는 커녕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97년말 한국은행법 개정은 한은의 위상에 커다란 분기점이 됐 다.

최고 의결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한은 총재가 맡고 금통 위원 상근제를 도입했다.

재경부장관이 의장을 겸하면서 사실상 정부 에 예속돼 있었던 통화신용정책 권한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 통합으로 한은 내부에 두고 있던 은행감독원을 분리 하면서 금융기관 감독 권한은 내줬다.

외형상 독립 중앙은행의 기틀을 다졌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한은 내부에서는 감독권만 뺏겼지 달라진 게 없다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통화신용정책의 재량권은 아무리 노력해도 벽에 부닥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본원통화 한도를 일일이 협의해야 하고 통화량 증가율도 마음대로 정 하지 못한다.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정부가 그리는 경제 운용 계획에서 통화정책에만 독자성을 허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 다.

결국 독립의 상징으로 확보한 듯한 통화신용정책 권한은 찻잔속의 태 풍에 불과하고 실제 끗발(?)은 고스란히 내주고 말았다는 자조적인 평마저 나온다.

한은 예산 심의권을 재경부에 부여한 개정법 규정은 한술 더 뜨는 일이다.

정책 결정을 둘러싸고 견제와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할 재경부가 상위 기관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뤄진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 는 엘리트를 자부하던 한은 직원들에게 의욕을 빼앗아 갔다는 평이다.

평생 직장 개념은 이미 사라졌고 승진에 대한 기대는 감히 갖기 어려 워졌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하면서 지내자는 소시민적 행태가 퍼지고 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은행 식구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필요하다면 법을 다시 뜯어 고쳐서라도 제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