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개인은 다 착한데 왜?(2020.9.19.)
한 사람씩 보면 도덕적인데
집단이나 사회속에 엮이면
부도덕하게 변하는 행태를
목사출신 라인홀드 니버는
90여년 전 이미 갈파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촉발한 몇몇 사람들과 집단의 부도덕한 행태는 공분을 불렀다.교회 예배 참석을 숨겼다.특정 집회에 다녀온 사실도 감췄다.감염된 채 찜질방을 전전했다.가족과 주변인에 병을 퍼뜨렸다.영문도 모른채 당한 수천여 명이 검사를 받고 결과 나올 때까지 떨었다.광주 어느 일가족은 광화문 집회 참석을 감춘채 휘젖고 다니며 지역사회를 뒤집어놓았다.휴대폰 GPS추적으로 드러났다.이들에겐 구상권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넘어 무거운 벌을 줘야한다는 지탄이 쏟아졌다.이웃과 지인에겐 좋은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어느 교회에 혹은 어느 세력에 파묻히며 그들은 도덕성을 내려놓았다.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익명속에 숨었다.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는 확 퍼졌다.공동체의 안위를 흔들어버렸다.
사고나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본능은 이기적으로 작동한다.강한 외부 강제나 몸에 밴 규율에 의하지 않고는 대개 그렇다.나부터,가족부터 챙기게 마련이다.사고나 재난에서만이 아니다.개인적으론 도덕성을 유지하는데 집단으로 가면 바뀐다.전체를 위한다는 대의명분 탈을 쓰고 가려져 있던 본능을 표출한다.가족을 위해서는 이기적 행동도,자기편을 위해서는 방어를 넘어 상대를 공격하는 단계로도 간다.
이런 문제에 혜안을 던진 선각자가 있다.목사 출신의 미국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1892~1971)다.1932년 내놓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라는 책이다.쉽게 표현하면 이렇다.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쁜 세상이다.선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악한 사회다.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은 이런 부조화로 둘러 쌓여있다는 것이다.
비도덕적인 개인의 이기심이나 탐욕을 교육이나 교화로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건 고전적인 방식이다.이성의 시대에나 통하는 카드였다.산업화로 덧씌워진 20세기엔 이런 접근이 안먹힌다.1차 세계대전에서의 참혹한 죽음을 보고는 이성과 합리성에 의존한 이상사회 회복 기대는 멀어졌다.혁명과 전쟁 그리고 대공황으로 이어졌다.혼돈의 시대로 변했다.이데올로기로 대립했고 폭력으로 얼룩졌다.1933년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했다.2차 세계대전으로 인류는 또 한번 나락에 빠졌다.
평소엔 도덕적이던 개개인이 집단속에 섞이면 이기주의에 매몰된다.개인의 도덕성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집단을 도덕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니버가 가장 심각한 비도덕적 집단으로 본건 국가였다.국민의 애국심에 기댄 국가의 이기심이야말로 비도덕의 전형이라고 봤다.맹목적 애국심 덕분에 국가는 권력을 무제한으로 휘두를 권한을 가져갔다.그 속에서 도덕적이었던 개인들은 부도덕적 사회의 구성원으로 바뀌어버렸다.
니버의 고민은 개개인을 어떻게 교화해 사회를 바꿀수 있을까였다.그는 집단이나 사회,국가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조정하고 질서를 유지하려면 강제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집단에는 개인적인 윤리와 도덕을 뛰어넘는 정치라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시했다.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장악해야한다는 현실주의론으로 이어졌다.개인의 합리성을 아무리 끌어올려본들 이를 통해 집단의 이기성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결론이었다.
니버의 문제제기에는 공감하지만 해법에는 손을 내밀기 주저스럽다.시대를 훌쩍 건너뛰었고 법과 규정을 포함한 사회적 여건이 달라졌다.그래서 21세기 대한민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그렇다고 다른 대안을 찾지도 못하겠다.도덕적 개인을 보호하고 비도덕적 사회를 바꿀 방안은 무엇일까.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수밖에 없다는 공허한 얘기로 맺어야하나.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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