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시중은행 경영공백
2000.3.21. |
<윤경호> 은행들의 정기 주총 시즌이 다가오자 금융가가 다시 들썩 거리고 있다. 관치금융이라는 시비속에 선임된 신임 국민은행장은 노 조의 저지로 부임 첫날 출근도 못했다. 전임 행장의 사표로 비어 있는 서울은행장 자리는 벌써 6개월째 오리 무중(五里霧中)이다. 정부는 유능한 최고 경영자를 영입하기 위해 막바 지 물색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호언하지만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 다. 주총을 눈 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시중은행장은 교체될 지 모른다는 근거없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당국자가 이미 한두차례 방침을 표명했지만 그래도 `떼지도 않은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느냐'는 의심이다. 경영권 공백이라는 사태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현상들이다. 모 시중은 행의 중간 간부는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털어 놓은 적이 있다. "한동 안 은행장이 바뀔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이런 저런 부문 에서 업무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금융기관에서 최고 경영자의 거취 문제는 어느 조직에서보다 파장이 큽니다" 언제 떠나갈지 알수 없는 경영자에게 책임있는 결정을 기대하 기 어렵고 정책 방향이 정해져도 어차피 새로운 사람이 오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고 경영자가 갖는 무게와 의미를 빗대는 얘기다.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가며 겪었던 경제 위기때 정부가 주력했던 개혁 작업의 대 표적인 대목은 금융권 구조조정이었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기 때문이다. 혈맥이 제대로 뛰지 못하면 신체 활동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금융이 혈맥으로서 제기능을 하 기 위해서는 자산 건전성이나 수익 구조 개선만 필요한게 아니다. 금융기관을 이끌어갈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 다. 권한과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 경영자의 자리는 더욱 중요하다. 이 런 점에서 최근 빚어지고 있는 몇몇 시중은행의 경영 공백 상황은 금 융 구조조정 작업을 거꾸로 되돌리는 결과나 마찬가지로도 받아들여진 다. 항해중인 선박의 방향타와 운전대를 쥐고 있는 선장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제길을 가기는 어려운게 당연하다. 몇몇 시중은행 최고 경영자 의 경영 공백이 다시 금융권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지 않을지 염려하 는 목소리가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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