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컬럼(금융부,사회부)

[기자24시] 국민은행장 선임 논란 2000.2.25.

joon mania 2015. 7. 18. 16:25

[기자24시] 국민은행장 선임 논란

2000.2.25.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메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생활속에서 얻어진 지혜를 일반화시켜 우리네 행동가짐에 도움을 주 려는 말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꼭 집어낸 표현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전임 행장이 지병으로 사임하면서 자리가 빈 국민은행장 선임을 둘러 싼 이해 당사자들의 움직임과 관련한 일이다.

송달호 전임 행장의 발 병 후 사임설이 돌면서 후임 행장 후보는 금융감독원측 인사와 국민은 행 내부 인사로 압축돼 있는 상황이다.

현행 규정상 행장 추천 권한을 부여받은 행장추천위원회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만 남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24일 돌연 행장후보 추천 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위측의 발표에 따르면 경영자선정위원회를 먼저 구성한 뒤 여기 서 후보를 물색해 행장추천위원회에 올린다는 것이다.

규정대로라면 은행의 비상임 이사들로 구성되는 행장추천위원회가 복수의 대상자도 물색하고 이 중에서 최종 후보를 가려 주총과 이사회에서 선임하면 된 다.

이 같은 변경 이유에 대해 국민은행측의 건의도 있었고 조흥은행 등 전례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금감원측 관계자는 "그동안 1년 이상 근무해온 비상임이사들로만 구성된 행추위에 후보를 물색토록 맡 기면 객관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내부 승진을 원하고 있는 국민은행측이 반발하고 나선것은 당연하다.

감독당국이 자기 사람을 앉히기 위해 자의적으로 규정을 바꾼 것이라 는 항변이다.

객관성을 의심받은 꼴이 된 비상임이사들도 불쾌해 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경영자선정위에서 후보를 물색해 행장추천위에 올리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지 않은 돌출 카드라는 점이다.

실제로 25일 열린 국민은행의 이사회에서는 경영자선정위원회 구성에 관해 전혀 논의를 하지 않았다.

경영자선정위를 감독당국이 구성할 것 인지 이사회에 맡긴 것인지 아니면 행장추천위의 몫인지 불분명하다.

지난해에는 비상임이사의 권한을 강화해 은행 경영의 객관성을 기하 자고 해놓고 특정 사안 앞에서 이들을 무력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무조건 내부 승진만이 옳다는 닫혀 진 생각만 고수한채 금융환경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 여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판의 공천 싸움처럼 국민들의 인상만 찌뿌리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금융부 윤경호 yoon218@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