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모색하는 대통령 비서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 구성에서도 그러려고했죠.2인자로 불려오던 대통령 비서실장을 과거와는 다른 위상으로 자리메김하려했는가 하면 직제 변경도 꾀했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구상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모델을 던져준 이는 다름 아닌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였습니다. 박 교수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하면서 청와대에 중장기 정책 구상을 하는 부서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실현시킨 사람입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박교수는 자신의 저서에 대통령 비서실을 기존의 비서실과 정책실로 나눠 업무를 분리 시키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노대통령의 참모들 가운데 정책 업무를 주로 담당하던 이는 김병준 현 정책실장이었는데요. 김실장은 지난 94년부터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통해 정치인 노무현과 뜻을 함께 해온 측근이었습니다.참여정부 출범에서 김 교수는 이론적 정책적 역할을 막중하게 했고 비서실 등 참모진 구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교수는 박세일 전 교수의 구상인 비서실-정책실 이원화 구조를 추진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비서실장에는 이미 문희상 의원이 내정됐고,유인태 정무수석 까지 라인업이 끝났죠. 정책파트의 라인업이 남았는데요. 정책실장을 김 교수가 맡도록 노 대통령은 지시했지만 주변에서 첫 정책실장은 경제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답니다. 결국 경제학자인 이정우 경북대교수가 첫 정책실장을 맡았고 김병준 교수는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지방분권정부혁신위원장으로 출발했습니다.
문제는 직제였습니다.박세일 전 교수의 자문대로 정책실을 분리시키려면 대통령비서실법을 개정해야했는데요. 여소야대로 한나라당에 끌려다니던 당시 비서실법 개정은 엄두도 못냈답니다. 그래서 비서실법을 손대지 않는 범위에서 비서실장 산하에 정책실장을 두되 업무는 정책을 전담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런 구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책실장 산하에 경제정책수석, 사회정책수석, 혁신관리수석 등이 포진해 정책 부처와 함께 중장기 정책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임기 절반을 지낸 시점에 청와대는 비서실 직제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당초 구상했던 정책실을 분리하고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안보실을 신설하려 합니다.이를 위해서는 관련법을 만들고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안보실이란 현재 국가안보보좌관의 지휘 아래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청와대 비서실처럼 공식적인 기구로 전환하는 개념입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법에 규정돼 있는데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부처 업무를 조정하고 사실상 지휘하고 있다며 야당에서 끊임 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아예 법적 근거를 부여해 공식 기구로 만들자는 것이죠.
안보실 구상이 실현되면 청와대에는 비서실, 경호실, 정책실, 안보실 이렇게 4실 체제의 참모진이 구성되는 것입니다. 이미 비서실장, 경호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보좌관은 장관급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병렬적으로 같은 직급이지만 물론 비서실장이 선임이죠. 비서실장은 인사추천회의도 주재하고 청와대내 살림과 인사를 각각 책임집니다. 또 정무적 기능도 수행하죠. 대통령의 의중을 야당이나 각 분야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도 한다는겁니다. 특히 대통령에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보수세력에 대해 막후에서 하는 창구 역할은 무척 중요합니다.김우식 전 실장에 이어 최근 임명받은 이병완 실장도 그런 측면에서 적지 않은 구실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실을 지휘하는 김병준 실장은 참여정부 출범 초기 이 자리를 담당하려다 우회한 뒤 마침내 제자리로 왔습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심중을 누구보다 잘 읽어내고 정부나 당쪽과의 조율에서도 유연하고 합리적인 솜씨를 발휘해 호평을 듣고 있습니다.
안보실이 신설될 경우 실장은 현재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는 권진호 보좌관이 이어갈것으로 보입니다. 이름과 직제만 바뀌고 내용은 그대로인겁니다. 권 보좌관 밑에는 이종석 차장이 있습니다. 이차장은 이미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대북문제, 한미관계 등에서 실세로서 할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의 변화는 이밖에 다른 부문에서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민정수석실을 법률보좌 조직으로 바꾸는 방안도 구상되고 있다고 합니다. 권력기관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보고 그에 맞춰 청와대 조직도 변화시키자는 것이라는 군요.
민정비서관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내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글에서 이같은 내용의 민정수석실의 향후 발전 방향을 소개했습니다.그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특권.특혜 철폐 및 제자리 찾기를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아왔고, 권력기관을 상대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지난 2년반 동안 이에 호응하는 `힘 빼기'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참여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민심 보고서와 주요 인사 동향보고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라고 합니다. 대통령이 그런 류의 보고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는거죠. 실제로 노 대통령은 국정원장이나 검찰총장과의 독대 자리를 일체 갖지 않았거든요.이런 변화에 맞춰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니 주목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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