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연설문 어떻게 만들어지나
대통령의 연설은 어찌보면 일상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무게 때문이죠. 공식, 비공식 행사는 물론이고 청와대 내부와 외부 회의를 막론하고 대통령의 말과 연설은 곧 지시이자 지침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모든 말씀이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습니다. 비공개 행사와 일정이 많고 그런 자리에서의 말은 밖에 알려지지 않은채 넘어가죠.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연설은 기자들에게 공개된 내용에 국한합니다.
대통령의 연설은 우선 연두회견이나 각종 경축행사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최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8.15 60주년을 맞아 세종로 광화문 앞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경축사라는 형식으로 연설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연설문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이런 저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국가권력 남용에 의한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와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이 대상이라는 관측이 나왔죠. 공소시효로 인해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저질러진 도청은 기소 대상이 안되는 반면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적용되는 아이러니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전 독재 정권 시절은 말할 것도 없이 제외되는거죠.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시효 배제 표현을 했으니 놀랄일 아닙니까.
사안이 커지자 김만수 청와대대변인은 "과거 사안에 대한 적용이 아니라 미래에 관한 것"이라고 주워 담았습니다. 대통령도 다음날 다른 자리에서 "형사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염두에 둔것은 아니다"고 후퇴했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 8.15 연설을 참모들과의 심도 있는 협의 없이 혼자 작성한 것이라고 어느 신문이 시비를 건것이었씁니다.
실제로 이번 연설은 노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합니다. 김병준 정책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1차 자료 취합 형식의 회의를 했고 2차로 연설문 작성비서관실에서 작업을 한 뒤 3차로 대통령이 최종 집필을 했다는겁니다.
참모들과 대통령이 연설문을 놓고 독회한것은 하루 전인 8월 14일 이었답니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8·15 경축사는 참모들과의 독회를 거쳐 최종 문구를 고치지는 않았더라도 수차례 관련 보고와 각종 논의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된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측은 또 경축사의 내용 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분열 극복’의 주제는 그동안 국무회의 간담회 등 수차례에 걸쳐 제기된 의제이다. 언론에서 문제를 삼았던 ‘국가기관 불법행위 시효배제’ 문제 역시 그동안 이미 제기됐던 의제들이고 대통령이 이를 본격적인 공론으로 제기한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측은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의 많은 연설은 관련 부서 참모들의 의견을 취합해 연설 담당 비서진이 집필하고 대통령과 참모들이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필생의 정치적 소망이 담긴 연정 제안이나 분열극복이라는 국가 제1의 과제를 제기한 8·15 경축사 같이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집필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닌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연설은 연설하는 사람이 직접 쓰는 경우가 적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경우는 더욱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대통령이 국가 전체적 안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참모들이 써 준 원고를 받아 읽기만 하라는 것인가? 중요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집필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진정성과 성의를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점도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은 각종 보고서를 받아보면서, 또는 회의를 주재하면서, 혹은 각계 인사를 만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메모도 자주 한다. 이런 과정이야말로 대통령의 구상과 집필에서 핵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한치도 변하지 않고 초지일관 쟁점에 대해 토론하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면서 생산적인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참모들과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청와대에 ‘분권형 대통령’은 있지만, ‘나홀로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
노 대통령은 주요 경축행사 연설 가운데 연두회견, 광복절을 직접 집필한다고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히려 연두회견, 광복절, 그리고 국군의날 연설까지 직접 썼다고 하는군요. 대통령들이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연초나 또는 광복절에는 직접 작성한것은 그만큼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이겠죠.
나머지 연설은 연설비서관실에서 만들어 올립니다.
대통령은 주제에 대해 대강의 구술을 합니다. 이를 받아적은 연설비서관팀은 자료 취합 작업을 거쳐 초안을 만들어 올립니다. 연설 비서관실은 홍보수석이나 어느 수석의 휘하에 있지 않습니다. 직제로는 비서실장 직속이지만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 합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지난 7월말 `연정론`을 담은 편지를 당원들에게 띄웠을 때 편지에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하면 권력의 절반 이상을 내놓겠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원래 쓴 편지에는 `권력을 다 내놓겠다`고 돼 있었답니다.
대통령이 쓴 편지니까 이번에는 초안을 대통령이 오히려 연설비서관팀에 줬는데요. 비서관팀이 몽땅 내놓겠다는 표현을 절반으로 바꿔 놓았답니다.
이를 발견한 노대통령이 질책을 했고요. 연설비서관팀은 그래도 몽땅 내놓겠다는것은 하야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수 있으니 안된다고 우겨서 절반이상이라는 표현으로 절충했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취재 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대통령의 말에 대한 두가지 지적 (0) | 2015.07.18 |
|---|---|
| 청와대 출입기자의 푸념 / 곁에서 본 盧대통령의 변화 (0) | 2015.07.18 |
| 윤태영 부속실장의 일기 / 옳은 길이라면 주저없이 간다 (0) | 2015.07.18 |
| [기자24시] 대통령 사면 帝王적 특권인가 (0) | 2015.07.18 |
| [기자24시] 정치에 '올인'하는 정부 2005.7.5. (0) | 201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