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청와대 취재 수첩

청와대 출입기자의 푸념 / 곁에서 본 盧대통령의 변화

joon mania 2015. 7. 18. 18:45

청와대 출입기자의 푸념 / 곁에서 본 盧대통령의 변화

 

지난 1972년 미국 제38대 대통령 선거 때 공화당 후보는 리처드 닉슨 당시 대 통령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상대 후보는 조지 맥거번이었습니다.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도청 대상이 바로 맥거번입니다.


당시 맥거번 후보의 선거운동을 취재했던 티모시 크라우스 기자는 선거 캠페인 버스에 함께 타고 다녔던 기자들의 취재 보도 행태를 담은 'Boys on the Bus' 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버스에 탄 기자들' 정도일까요. 또 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2000년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했을 때의 전후 과정을 담은 'Girls in the Van'이라 는 책입니다.


위의 책 제목을 빗댄 것으로 '밴에 함께 탄 여기자들'이겠죠. 필자는 AP통신의 정치 담당인 베스 하퍼즈 기자로 힐러리 클린턴의 백악관 퍼 스트 레이디 시절부터 취재를 해왔습니다.


힐러리의 취재를 담당하는 각 매체 기자들이 주로 여기자들로 구성된 데서 굳 이 'girls'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두 책이 던진 메시지는 정해진 취재환경, 어찌보면 통제되고 제한된 여건에서 같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접촉하며 다니다 보니 거의 유사한 목소리를 내 게 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한데 묶여 다니며 집단적 사고에 빠져 획일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들을 꼬 집는 얘기입니다.



언론학자들은 이를 '떼거리 보도행태', 영어로는 '팩 저널리즘(pack journalis m)'이라는 개념으로 범주화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얘기를 쓴 베스 하퍼즈 기자는 "후보를 따라다니는 기자들은 항 상 정형화된 연설을 수십 번 듣고, 후보의 표정만 봐도 기분을 알고 자신들도 모르게 일체화돼 간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취재현장에서 기자들은 이런 처지에 자주 빠집니다.


대통령을 취재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비슷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참모진들을 자주 접하고 설명을 듣다보니 아무 래도 청와대 출입기자는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 물론 언론 본연의 기능인 날카로운 비판과 감시자의 구실에 충실한 기자들이 많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둡니다) 대통령의 어떤 발언이 나오면 왜, 무슨 배경에서 나왔는지 비교적 남들보다 많 이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그런 분위기에 변화가 많습니다.


최소한 이 글을 쓰는 기자는 달 라졌습니다.


대통령의 잇단 발언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말입니다.


대통령은 상대당이 뻔히 거절할 것을 알면서 대연정을 제의했습니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었지만 논리적으로 쉽게 연 결되지는 않습니다.


위헌 시비가 뻔해 보이는 공소시효 배제도 직접 언급했습니다.


국가권력 남용 사건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형사상 소급 처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고 정리했지만 안팎의 빗발치는 반발에 봉착한 뒤였습니다.


임기 절반을 맞는 시점을 축하하기 위해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 에서는 작심한듯 메모지를 꺼내 과거 대선자금 수사는 안하는 게 좋겠다는 의 사를 불쑥 던졌습니다.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뻔해 보일 정도로, 그 동안 입장과는 달라졌는데도 개의 치않고 제기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취재 공간은 춘추관이라는 별도 건물에 국한됩니다.


대통 령이나 보좌진이 일하는 본관과 비서동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기자가 최근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이런 물리적 장벽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연초 '경제 올인'의 의지를 다지던 대통령이 갑자기 '정치 올인'으로 비쳐지는 가 하면, 과거사가 중요하다며 방점을 그 쪽에 찍는 데서 국정운영 기조의 일 관성을 읽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불쑥 내놓는 사안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곁에서 보는 취재기자가 이 정도면 국민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나중에 누군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묶어 'Boys in the Choonchoo Hall'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 사람들과 취재기자 간의 이해도가 떨어져 동조화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서입니다.


[정치부 = 윤경호 차장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