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와 북미 관계

核 신고 임박 북핵 불능화 어디까지 왔나(2008.5.21)

joon mania 2015. 7. 27. 18:10
核 신고 임박 북핵 불능화 어디까지 왔나(2008.5.21)
조만간 영변 냉각탑 폭파 이벤트
폐연료봉 5300여개 제거하면 끝

◆核 신고 임박 … 북핵 불능화, 어디까지 왔나?◆ 

미국과 북한은 북핵 6자회담에 추동력을 얻기 위해 북핵 폐기 첫 단계인 영변 핵시설 냉각탑 해체를 6자회담 재개 이전에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향후 2~3주 이내면 북한이 제출한 신고 내용과 보충 자료에 대한 미국 측의 1차 검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이달 말께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이미 이달 초 방북했던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통해 핵프로그램 신고명세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이 조만간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또 "6자회담이 아주 이른 시일 내에 개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이달 말까지 북핵 신고를 마무리하기 위해 베이징과 모스크바를 방문해 중국ㆍ러시아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말로 잡혔던 시한을 넘겨 5개월여 끌어온 북핵 협상 2단계가 매듭지어지고 이제 3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상황 변화는 서구 방송사로 유일하게 북한에 상주하고 있는 APTN(AP통신 계열) 평양지국 움직임에서도 파악되고 있다. 

이 방송사는 미국이 북한 핵신고에 대응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에 돌입하고 이어 북한이 24시간 안에 영변 핵시설 내 냉각탑을 폭파할 때에 대비해 `역사적인 장면`을 생중계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 냉각탑 폭파는 `핵 불능화` 이벤트 = 

북한 영변 핵 시설`불능화`는 지난해 10ㆍ3 합의에 따라 당초 지난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에너지 지원과 핵 신고에 대한 북ㆍ미 간 이견으로 지연되다가 지난달 북ㆍ미 싱가포르 합의와 최근 평양 협의 이후에야 실마리를 찾아 다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큰 그림에서 보면 10ㆍ3 합의는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추진 원칙`에 합의한 이후 2007년 2ㆍ13 합의(핵 폐기를 위한 1단계 조치)에 이어 나온 2단계 조치에 해당한다. 

현재 불능화 단계는 6자회담에서 합의한 11개 조치 중 8개를 완료한 수준. 8개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냉각탑은 그 자체가 핵심 설비는 아니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폭파를 통해 상징적으로 전 세계 이목을 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용 후 연료봉 제거가 핵심 =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원자로에서 사용한 연료를 제거하는 것과 제어봉 장치를 불능화하는 것, 새로운 연료봉을 불능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5㎿ 영변 원자로 내에 있는 사용 후(폐) 연료봉을 꺼내 국제사회 감시망 아래 두는 일이다. 북한은 최근까지 총 8000개 폐연료봉 중 3분의 1 정도를 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마음먹고 속도를 내면 하루 100개 이상은 인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폐연료봉 처리가 중요한 이유는 이를 재처리공장으로 보내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86년 9월부터 영변 원자로를 가동하기 시작한 뒤 총 세 차례에 걸쳐 폐연료봉을 재처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89년 첫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15㎏을 추출한 것을 비롯해 2003년 27㎏, 2005년 13㎏ 등 총 55㎏을 추출했다는 것. 이는 핵폭탄 10~11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추가로 8000개 폐연료봉을 다시 재처리한다고 하면 플루토늄 7~8㎏ 이상을 추출해 핵무기 1개 이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재처리시설도 불능화 대상 = 

북한이 이미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 8개 불능화 조치는 원자로 냉각 계통 외에 대부분 재처리시설과 핵연료 제조공장에 관련된 것들로 추정된다.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핵연료 제조→원자로 가동→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원자로가 사용 후 핵연료 제조 설비라면 재처리공장은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필수 설비인 셈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처음 공개할 때 재처리공장을 `방사화학실험실`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위장하려 한 것에서도 그 민감성을 알 수 있다. 

바닥 면적이 축구장 2개에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재처리공장은 크게 폐연료봉 껍데기 제거설비와 사용 후 핵연료 용해설비, 플루토늄 추출설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러한 주요 설비 핵심부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불능화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추정이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핵연료를 녹이는 용해조나 플루토늄 추출장치를 제거하는 방식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核 불능화란? = 

`불능화(Disablement)`는 북핵 6자회담을 통해 새로 고안된 용어로 `동결(Freeze)`이나 `폐쇄(Shut down)`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동결은 원자로 등 핵시설이 가동되지 않도록 봉인하는 것을 말한다. 폐쇄는 동결과 비슷하지만 사람의 출입을 완전 차단한다는 점에서 더 강한 개념이다. 

반면 불능화는 말 그대로 핵심부품을 완전히 뜯어내거나 해체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무력화`라고도 한다. 

미국이 불능화란 개념을 고안해낸 것은 동결이나 폐쇄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폐기에 대해서는 북한의 동의를 당장 받아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불능화는 핵심부품을 뜯어내거나 완전 해체하기 때문에 핵 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동결이나 폐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상화까지 적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1~2년 이상 필요하다. 

불능화 다음 마지막 단계가 바로 핵 `폐기(Dismantlement)`다. 폐기는 더 이상 핵시설을 가동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 원자로나 재처리 설비를 완전히 파괴하는 방법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 서울 = 정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