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속의 한국인들

[한상 성공스토리] 바이오기업 `렉산` 안창호 대표(2008.6.20)

joon mania 2015. 7. 27. 18:45

[한상 성공스토리] 바이오기업 `렉산` 안창호 대표(2008.6.20)



우울증치료 신약 개발 도전…글로벌기업 꿈꾼다

■항암제 `알켁신` 도 美시장서 희귀의약품 지정 

= 지난 9일 오전 9시 30분 안창호 박사는 설레는 가슴을 추스리며 미국증권거래소(AMEX) 오프닝 벨을 힘차게 내리쳤다. 

5월 27일부터 거래를 시작한 자신의 벤처기업 렉산의 아멕스 상장 기념 타종식에서였다. 2001년 회사를 세운 뒤 7년 만에 거둔 벅찬 성과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로서 안 박사는 아멕스 거래객장을 메운 관계자들에게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자신 있게 외쳤다. 

아멕스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날 장중 한때 주가는 9.9달러까지 올라갔다. 첫 거래일 종가는 6달러. 이를 기준으로 하면 상장 주식 5593만주 시가총액이 한때 4억달러에 육박했던 셈이다. 요즘에는 3달러 전후에서 유지되고 있다. 

렉산의 아멕스행은 뜻하지 않은 행운을 함께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멕스가 올해 가을 이후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합병되기 때문이다. 상장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욕증권거래소에 한국계 기업으로는 원주를 정식으로 상장하는 첫 영예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 기업 가운데 포스코 한전 등이 상장돼 있지만 주식예탁증서(DR) 형태다. 아멕스도 이미 1600여 회사가 상장돼 있는 미국 3대 거래소 중 하나다.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의 최대 거래 시장으로 유명하다. 또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로 유명해 384개 ETF가 거래되고 있다. 

렉산은 미국 워싱턴DC에서 가까운 매릴랜드주 락빌에 본사를 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약학박사 안창호 대표가 직접 창업했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안 대표는 미국으로 건너와 크레이튼대 약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다시 공부를 해 박사학위를 땄다. 전공 분야는 항암제 연구. 

국립암센터(NCI)와 식품의약국(FDA)에서 항암제 특허 심의관을 하다가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렉산은 현재 항암제, 우울증 치료제, 성기능 개선제 등 세 가지 분야에서 각각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항암제인 알켁신(Archexin)은 이미 신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2상 단계다. 신장암, 췌장암, 위암, 난소암 등에 대한 희귀 의약품(orphan drug) 지정을 받아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련 항암제 시장은 330억달러로 추산된다. 신약 하나만으로 수억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우울증 치료제인 설댁신(Serdaxin)도 FDA에서 임상 2상 진입 승인을 얻었다. 렉산이 개발 중인 우울증 치료제는 기존 제품과 접근방법부터 다르다. 우울증은 부정적 감정이 심해지거나 긍정적 감정을 잃을 때 생기는데 기존 약품은 부정적 감정 해소에만 효능이 있다. 렉산은 긍정적 감정 상실로 생기는 문제도 치료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뇌 작용을 억제하는 방식인 우울증 치료제를 연구하면서 여기서 파생된 후보물질로 성기능 개선제인 조락셀(Zoraxel) 개발로 이어졌다. 남성용 발기 부전 치료제로 쥐와 원숭이 실험을 통해 성적 감성 유발 효능까지 확인하고 역시 임상 2상에 들어가 있다. 

안 대표는 "우울증이나 성기능 장애 등 뇌 작용에서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 치료제 시장은 670억달러 정도로 항암제 시장에 비해 2배에 달한다"며 우울증 치료제와 성기능 개선제 가능성에 더 기대를 갖고 있다. 

신약 개발은 사실 낮은 성공 확률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분류된다. 국제 임상 약학 저널 통계에 따르면 임상 단계 이전에서 진입하는 데만 전체 중 13%만 통과된다. 다음 단계인 임상 1상으로 진입하는데 25%, 1상에서 2상으로 가는 데는 31%, 다시 이 가운데 2상에서 3상으로 진입은 74%, 마지막으로 FDA 승인 허가까지 가는데는 89%다. 3상을 마치고도 최종적으로 10% 정도는 예기치 않았던 부작용 때문에 탈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렉산 항암제는 임상 1상을 마치고 2상으로 들어가 있고, 성기능 개선제와 우울증 치료제도 임상 2상 단계다. 

그는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다국적 기업 투자는 대개 임상2상 허가를 전후하는 시점에 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렉산은 아직까지 국내 자본만 주주로 끌어들였다. 국내에 1500여 약국 체인을 갖고 있는 온누리약국 소속 약사 200여 명이 30% 자본으로 안 대표(27%)와 함께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온누리약국 계열사였던 렉스진 바이오가 10%, KT&G가 8.4%, 종근당이 4.1% 등을 갖고 있다. 2005년 나스닥장외시장에 진입한 뒤 일반 투자자 거래가 가능한 지분은 20%가량이다. 자본 유치에 관해 안 대표는 철칙을 갖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벤처캐피털 자금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많은 바이오 기업 전례를 보면 자금을 투자한 벤처캐피털들은 3년 안에 기업 공개를 종용하고 당장 실적 올리기를 요구해 상장 후 주가가 뜨면 팔아치우고 나가버렸다"며 "상장된 바이오 기업 중 60%가량이 연구개발비 원가도 못 건진 채 헤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 기존 제약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우울증 치료제와 같은 대형 의약품은 기존 글로벌 기업과 손잡아야 마케팅이 가능하다. 시장성이 높다면 미국 내 제약회사를 인수해 직접 판매하는 방안도 모색하려 한다. 한국 내 판매와 마케팅도 기존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하거나 직접 인수 방식을 통해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美 주요 연구소와 공동프로젝트 수행 

= 세계 바이오시장은 2008년 125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5년 후인 2013년에는 2100억달러로 연간 20%씩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이런 성장성을 겨냥해 전체 바이오산업 연구개발(R&D) 투자 중 88%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상위 6개국 관련 기업들에 의해 과점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신약 개발 부문에서 사실상 세계 시장 중 과반수를 차지한다. 미국의 이 같은 강점은 탄탄한 인력과 많은 연구 기관 등 인프라스트럭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설립된 한국계 바이오 기업 렉산도 이런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렉산이 위치한 메릴랜드 락빌은 전 세계 최고 수준 바이오텍 단지다. 반경 10마일 안에 박사와 의사 1500명이 일하는 식품의약국(FDA)과 전문가 1만9000명을 보유한 국립보건원(NIH)이 있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 주역인 셀레라 제노믹스와 제놈 연구소가 있을 뿐 아니라 `메드 이뮨`이나 `진 로직` 등 유수 바이오텍 기업들이 함께 붙어 있다. 렉산은 연구개발에 주변의 이 같은 막강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십분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항암제인 알켁신 개발에는 NIH 산하 국립암연구원(NCI)과 공동 협력 연구를 실행했다. 바이오테크연구소(CARB)와는 메릴랜드 주정부에서 지원 프로젝트를 따내 참단 신약 개발 공동 연구도 진행했다.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항암제나 성기능 개선제 모두 임상 전문 기관인 아마렉스, 롬바르디 암센터 등 인근에 위치한 전문가 그룹을 최대한 아웃소싱해 활용한다. 안창호 대표는 "단계마다 아웃소싱을 하면 연구개발 시간을 절약할 뿐 아니라 비용도 오히려 적게 든다"며 "중요한 것은 분야별 전문가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시장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느냐다. 

안 대표는 "2002~2008년 780억달러 규모 특허가 종료되고 2010~2012년 추가로 380억달러 규모가 신규로 만료된다"며 "이 같은 대규모 특허 만료 이후에 공백을 메울 신약을 얼마나 미리 준비했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좌우된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