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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구멍난 나라 곳간 빨리 채우려면 (2010.5.28)

joon mania 2015. 8. 7. 17:37
[데스크 칼럼] 구멍난 나라 곳간 빨리 채우려면 (2010.5.28)

"소비세 올리는 방안은 
무성의한 과세편의주의
재정부는 비과세ㆍ감면 줄이고 
국세청은 지하경제 탈루 막아 
큰 물줄기 바로잡아야 " 

나라마다 과세 당국이 바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재정에서 돈을 빼내 쏟아부어 놓고 이젠 구멍 난 살림을 벌충하기 위해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말처럼 `헬리콥터에서 돈 뿌리기`를 했을 지경이니 나라마다 곳간이 얼마나 축났을까. 

그만큼 혈안이 돼 세금 거둬들일 방법을 찾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소비세 올리기다. 
그리스는 부가가치세율을 19%에서 21%로 올렸다. 개별 소비세인 유류, 주류, 담배세율도 올리기로 했다. 
스페인도 7월부터 부가세율을 16%에서 18%로 올리고, 영국은 앞으로 2년 안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10월부터 담뱃세를 올리겠다고 했다. 
우리도 조세연구원 소속 박사의 입을 통해 슬쩍 운을 뗐다. 여건만 무르익으면 도입하려는 태세다. 
구린 데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도 있다. 역외 탈세 추적이다. 
이걸 위해 국제 공조도 활발하다. 주요 20개국(G20)들은 공동으로 조세회피지역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에는 조세 정보를 교환하자고 손을 잡았다. 
국내법상 금융자산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내세워 비밀계좌로 쏠쏠한 재미를 봐온 스위스 은행들이 손을 들었을 정도다. UBS는 버락 오바바 미국 대통령 압박에 결국 손을 들면서 고객들의 정보를 해당국 과세당국에 건네줬다. 스위스는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계좌정보 공개와 관련된 국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국세청도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4개 기업을 추적해 3300억원가량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더 효과적으로 박차를 가하려면 국회에 계류된 해외 금융계좌 내역 신고를 의무화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면 된다. 

소비세를 올리거나 역외 탈세 잡기는 분명 효과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큰 물줄기를 제대로 잡는 일이다. 큰 물줄기는 두 가지다. 지하경제에서의 탈루 막기와 비과세ㆍ세금감면 중단이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얼마전 한 강연에서 OECD 국가 평균 지하경제 규모는 10%로 추정되는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정도라며 여기에 세금이 매겨지면 한 해 20조원가량이 더 걷힌다고 자신했다. 대한민국 국가채무도 세금만 제대로 걷힌다면 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다 갚을 수 있다고 백 청장은 강조했다. 비과세와 세금 감면은 이미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찍혀 있다. 

인기주의에 빠져 있는 위정자와 선거 승리에만 급급하는 집권 여당의 분탕질 결과다. 

정부의 조세지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과세 및 감면 규모는 28조3968억원이었다. 총국세 수입액 대비 14.7%에 해당됐다.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감면안은 이미 국회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 281건 가운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61건, 소득세법 개정안은 22건이다. 

가장 최근 올라온 조세특례제한법안의 경우 노인여가복지시설에 난방용 석유류와 전기료에 부과하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농민들에게 해주듯이 어민들의 어로어업 소득도 사업소득에서 제외해주자는 내용이다. 지하경제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20조원과 비과세ㆍ감면액 28조원을 합치면 지난해 재정적자 43조원을 단숨에 메우고도 남는다. 

백 국세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세법의 핵심은 공정한 적용이다. 뭐가 공정하겠는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게 하면 된다. 탈세를 하면 강력하고 원칙에 입각한 제재를 가하면 된다." 

곳간지기 기획재정부가 중심을 잡아라. 집행 기관 국세청은 원칙대로 기본을 지켜라. 그러면 구멍 난 나라 곳간은 즉시 채워질 수 있다. 

[윤경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