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전체 기업중 15%가 좀비기업이라는 韓銀 보고서(2015.12.23.)

joon mania 2018. 12. 6. 13:50

[사설] 전체 기업중 15%가 좀비기업이라는 韓銀 보고서(2015.12.23.)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며 빚으로 연명하는 만성적 한계기업이 전체 기업 10개 중 1개꼴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은 좀비기업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올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7995개 가운데 한계기업은 14.4%, 만성적 한계기업은 10.6%에 달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을 계산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00%를 넘지 못한 곳이며, 만성적 한계기업은 10년간 두 차례 이상 한계기업이었던 곳을 말한다.
장기간 빚으로 연명하는 기업이 정리되기는커녕 되레 늘어난 건 채권금융기관들의 부실한 관리에다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자금 확대 때문이라니 더욱 한심하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은 이를 잘 입증한다. 한계기업들 실상을 보면 수익은커녕 2014년부터는 매출조차 감소세(-5.4%)로 접어들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몇 년째 마이너스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은은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를 감안할 때 만성적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좀비기업은 해당 업종을 넘어 전체 산업의 투자와 고용을 깎아내릴 뿐 아니라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으니 과감한 구조조정 작업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좀비기업의 유동성 부족 사태를 가져올 위험부채가 기업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21.2%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7%보다 높아졌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향후 우리도 금리를 올릴 것에 대비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해봤더니 시장금리가 1.5%포인트 올라갔을 때 위험부채 비중이 29%까지 높아질 수 있다니 좀비기업은 조만간 터질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채권금융기관들에 연말까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추려내도록 했지만 본격 수술은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시급성을 알면서도 정치 논리에 밀리기 때문이다. 자꾸 미루다 좀비기업 폭탄이 먼저 터지면 산업 전반과 금융권에 미치는 손실과 혼란은 더 커질 것이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그래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