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안정기금에 거는 거대
1999.9.28. |
[윤경호] 27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 채권시장안정기금을 보는 시각은 여러각도로 나눠진다. 한쪽에서는 취약해진 채권시장에 새로운 수요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 서 시장 불안정을 해소시킬 청신호로 본다. 반면 억지 춘향식으로 기금에 돈을 낸 금융기관들이 과연 언제까지 공생을 위해 보조를 맞출 것인지 자신하기 어렵다는 부정론도 만만치 않다. 어떻든 27일 나타난 채권시장의 모습은 채권시장안정기금의 구실에 기대를 보낼만 하다는 평가다. 기금의 채권 매입에 힘입어 국고채와 회사채 수익률이 큰 폭의 내림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많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채권시장안정기금 설립 방침을 접 하면서 지난 90년 조성한 증권시장안정기금을 떠올렸다. 증시 관계자 들에게 증안기금은 실패라는 쓴맛만 안겨줬던 아픈 과거였다. 은행 증권 보험 종금 등 주요 금융기관외에 상장사들까지 끌어들였 시장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써 봤지만 참여자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말 았기 때문이다. 증안기금의 실패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를 무시한채 수요만 만들어 내면 된다는 관제정책에서 비롯됐다. 더욱이 기금 운영 기간이나 매입할 유가 증권의 기준을 정해 놓지도 않은 채 무작정 시장에 뛰어 들었다. 90년 4월 최고점까지 도달했다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 주가는 이미 나락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주도 세력이었던 금융기관들의 이중성은 기금의 역할을 반감시키는 이율배반에 다름 아 니었다. 기관들은 한쪽으로는 증안기금에 돈을 출연해 주식을 사들이기로 해 놓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내다팔기에 여념이 없었다. 초기 1조원으로 출발했던 기금을 그해 4조원으로 늘렸지만 쏟아지는 매물에 밑빠진 독에 물붇는 형국만 보여주고 말았던 것이다. 이번 채권안정기금은 출발부터 과거 증안기금의 실패를 감안하고 있 다는 점에서 일단 안심할만 하다. 기금의 운영 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매입 대상 채권도 우량채로 국한했다. 필요하면 기간이나 기금도 늘릴 수도 있도록 탄력성을 부여해 놓았 다. 문제는 채권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공생을 위한 노 력이다. 한쪽으로는 기금에 출연하고 다른 쪽으로는 보유 채권을 내다파는 이 중성을 다시 보여준다면 채권시장안정기금은 증안기금의 재판(再版)에 그칠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
'기자 컬럼(금융부,사회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자24시] 재경부.금감위의 越權 2000.2.8. (0) | 2015.07.18 |
---|---|
[기자24시] 韓銀 통화정책 속앓아 2000.2.4. (0) | 2015.07.18 |
[기자24시] 물가상승률 0%의 허상 1999.7.3. (0) | 2015.07.17 |
[기자24시] 종합과세 부활 무산 유감 1999.6.22. (0) | 2015.07.17 |
[기자24시] 내년 이후를 생각하자 1999.6.16. (0) | 201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