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흑인대통령 탄생

[특파원 칼럼] 미국 대선을 보는 두 관점(2008.6.4)

joon mania 2015. 7. 27. 18:28

[특파원 칼럼] 미국 대선을 보는 두 관점(2008.6.4)



지난달 31일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주최한 당헌당규위원회의 마라톤 회의 때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플로리다와 미시간 두 지역 대의원들에게 8월 말 전당대회 투표 자격을 얼마나 부여하느냐에 대한 논의 자리였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파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파 간 양보없는 논전이 이어졌다. 표결 결과, 배정 대의원 중 절반만 인정키로 결론이 났다. 


바로 그 순간 힐러리 지지 측 대의원 자리에서 `매케인`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쪽에서는 `노바마(No Obama)`라는 구호도 튀어나왔다. 


지난 1월 3일 시작된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3일로 막을 내렸다. 힐러리 측의 승복 선언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오바마의 사실상 승리로 미국 역사상 최초 흑인 대통령 탄생을 기대하게 됐다. 


기자는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5개월 간의 장정을 지켜보면서 겉으로만 봐서는 결코 알기 힘든 미국 국민의 다중성을 한번 더 실감했다. 


일반 국민의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은 매케인에 비해 분명 앞선다. 민주당 지지율은 50% 전후로 공화당 지지율 35%에 비해 한참 높다. 공화당 소속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 후반으로 역대 현직 대통령 가운데 최악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오바마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열광적이었다. 역대 어느 예비선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당원 투표율을 기록했다. `변화`를 내세운 오바마에 대한 젊은층의 환호는 대단했다. 한 달 동안 최대 3500만달러까지 끌어 모은 선거자금도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200달러 이하 소액 기부자 150만여 명을 확보하면서 전례없는 풀뿌리 지지도를 과시했다. CNN방송이 지난 4월 오피니언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 4명 가운데 3명은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나왔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절반은 백인이었다. 40대 중반 흑인 후보 오바마에게 미국 국민은 변화와 진보로 상징되는 이념의 성숙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 차 있다. 


반면 오바마 덕분에 이렇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흥행은 성공했지만 11월 본선에서 결국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런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오바마의 약점, 즉 `인종의 덫` 때문이다. 인구 중 65%로 주류를 차지하는 백인 유권자들이 정책과 이념, 실용과 진보를 모두 집어던지고 결국 흑인을 대통령으로 맞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갓 뎀 아메리카` 발언 파문으로 적지 않은 백인 유권자들이 오바마로부터 등을 돌렸다. 


CNN이 지난 3월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 매케인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힐러리 지지자가 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백인에게 표를 던지면 던졌지 같은 당 소속 흑인 후보에게는 표를 줄 수 없다는 이중성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만 보고 미국 정치를 판단하면 큰 오류에 빠진다는 경고다.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인종, 이념, 정책, 실리…. 어찌 보면 한없이 추상적인 이런 개념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은 어느 쪽을 자기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지 유심히 지켜보자.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yoon218@mk.co.kr]